코로나야, 휴가를 준 건 고마워! 그런데 내가 원하던 '시기'가 아니잖니
내 기억으로, 코로나가 국내에 심각히 퍼진 것은 2020년 1월 20일경부터였을까?!
자그마치 4.5개월의 시간이 깜쪽같이 흘러 벌써 6월이 되었다.
처음에는 불안과 공포로, 그다음에는 우울증으로, 그다음에는 체념과 적응으로 우리는 현실에 맡게 진화해갔다. 언제 끝날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도 모르는 코로나를 피할 수 없다면 부딪혀야 한다. '항공/여행/면세' 업계는 거의 폐업하다시피 하여 재정적 악화를 걷게 되었고, 그 한가운데 있는 우리 회사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해야 했다. 급기야 5월부터는 회사의 어려움에 동참하기 위해 '무급휴가'를 가게 되었고, 나 또한 주어진 무급휴가를 써야만 했다.
회사가 쓰라고 해서 쓴 무급휴가인 5/4일은 5/3일(일요일)과 5/5일(화요일) 어린이날 사이에 낀 징검다리 평일이라 어차피 연차를 써야 하는 날이었다. 어찌 됐든 시원하게 5/4일 무급휴가를 냈더니, 아까운 연차 하루를 절약한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았다. <무급휴가>의 정의가 "월급이 없는 휴가"라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다. 나란 인간, 20년 넘게 회사를 다니고도 이토록 셈에 어두운 바보 직딩...
4/30(목) 노동절부터 5/3일(일)까지 엄마 아빠와 지겹게 지낸 열세 살 어린이가 유튜브에서 보고 먹고 싶다던 불닭발을 사서 스스로 차려 먹는 것을 보면서, 하루가 지나갔다. 아이는 워킹맘이 아닌 ‘유튜브=유 선생'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물론 배우지 않으면 하는 것까지 모두 다! 말이다...
미디어에서는 학생들의 개학일정과 그에 따른 후폭풍을 예견하는 보도 기사로 하루 종일 시끌시끌하다.
개학 후 달라지는 학교 생활로 1. 짝꿍이 없을 것이고 2. 책상은 띄워질 것이고. 3. 급식 시간 역시 각자....
우리 모두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학교생활이 생길 것 같다. 6월 1일로 점쳐진 개학 소식에 아이는 이 생활이 더 길어졌으면 한단다. "학교 가기 싫어"를 연발하는 아이를 설득하며 한 달여간 남은 이 생활을 집에 없는 워킹맘이 어떻게 아이를 감독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결론은? “내가 신이 아닌 이상, 워킹맘이 회사에서 아이를 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냥 신에게 맡기기로 했다.
6월이 되어도 여전히 역병 ‘코로나’는 게릴라처럼 다가왔다 사라지며 돌아다녔다. 그 와중 사춘기 소녀처럼 6월의 무급휴가 역시 오매불망 기다려졌다. 친구와 그녀의 딸내미, 나랑 우리 아들내미, 그리고 강아지까지 총 5명이 차 한 대로 출발했다. 피할 수 없으면 역병도 즐기자!
아들내미에겐 강아지를 챙기라는 임무를 주고 나는 캠핑의자 2개, 캠핑 테이블 그리고 김가네에 들려 김밥 세 줄 포장, 양손 가득 짐을 챙겼다. 보너스로 음악 선곡은 유튜브 음악-탐색에서 알아서 틀어주는 ‘국내 핫 가요 리스트’, 볼륨을 있는 힘껏 올리고 자동차 액셀을 밟는다.
전 세계 창궐하는 역병 코로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6월의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르고 맑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생활 방역으로 움츠려 든 모드로 마냥 침잔하기엔 내 삶이 너무 소중하다. 그래 바다로 떠나자!
우리의 바다여행은 인천공항 가는 길과 정확히 일치했다. 평소 같으면 공항 가는 차량과 공항버스와 붐빌 도로는 우리 차가 달리기 미안할 정도로 휑했다. 저 멀리 창공을 날아야 할 인천 공항의 비행기들은 매우 생소한 모습으로 줄지어 주차(?) 되어 있었고, 공항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비행기 뜨고 도착하는 모습 또한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잊고 있던 ‘무급휴가 중’이란 것이 불현듯 마음에 비수처럼 꽂히며 생채기가 났다. 아프... 다!
그렇게 우리는 인천공항을 지나 애견 동반이 가능하고 을왕리보다는 덜 붐비는 ‘왕산해수욕장’으로 왔다. 철썩철썩 파도소리, 포말 사이로 쉬고 있는 갈매기 떼들.... 평일이라 그런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사람이 없었다.
휴대폰과 게임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은 여기서 뭘 하냐며 푸념했지만, 이내 바닷가에서 발로 성을 쌓고 비눗방울을 날리며 자연과 동화되었다.
캠핑의자와 테이블을 펴니 내 눈앞에 '바다 뷰 sea view 카페'가 펼쳐진다. 밀려오고 또 쓸려나가는 파도를 보고 있노라니 내 맘의 근심과 묵은 때도 씻겨나가는 것 같다. 우리 집 깔끔이, 요크셔테리어님께서는 바닷가에서 놀기보단, 주인과 함께 자리 잡고 파도를 감상하고 있다. 마음이 복잡할 땐 '멍 때리기'가 최고의 힐링인 것 같다.
철썩... 철썩.... ASMR... 촤르르.. 모래가 파도에 쓸리는 소리들...
잠시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 비현실적인 구름이 떠 있다.
자연은 이토록 거대하고 나란 존재는 모래톨처럼 작은 것이거늘..
너무 악쓰고 현실에 쫓기지 말자.
언제나 그렇듯 최선만을 다하자.
태풍이 불면 배의 손잡이 될만한 것을 잘 붙잡고 잘 버티는 거야.
태풍은 언젠간 끝나기 마련이니까.
누군가가 말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많을 땐 스스로의 미래를 창조하라"
현실을 내 힘으로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나의 하루 정도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잖아?!
홀연히 '바다뷰 카페' 주인이 된 나는 오늘도 마음 장사 잘하고 마무리 잘했다.
갑작스런 바다 안개가 몰려와 의자와 테이블에 뭍은 모래를 훨훨 털어내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아들은 이렇게 끝내긴 억울하다며 오후 6시가 되어가는데 '오이도 빨간 등대'에 있는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잔다.
워킹맘은 집에 돌아가 내일 출근 준비를 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아들의 유년시절 추억에 한 장을 더해주기 위해, 피곤함을 잠시 뒤로 한 채 조심스레 차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터에 '오이도 빨간 등대'를 입력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튜브 '유 선생'에게 엄명하여 댄스곡이 아닌 '국내 발라드 핫 리스트'를 틀라 했다.
마음만 잘 먹으면,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_^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당연한 것들> -이적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이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은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잊지는 않았잖아요
간절히 기다리잖아요
서로 믿고
함께 나누고
마주보며
같이 노래를 하던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