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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불교신자 엄마와
이스라엘 성지순례 배낭여행기 #1

일흔 불자 노모 뫼시고, 성지순례 다녀왔습니다!

by 그레이스킴

내 인생 최대 어려운 시기의 마침표가 보이기 시작할 때 즈음, 내 인생 최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더욱 대한항공에서 마일리지 사용법을 바꾸기로 한다는 말에 마일리지를 쓸 마지막 찬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행으로는 언제나 한가하게 대기중인 일흔여섯 엄마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일흔이 넘도록 매일 불경외고 부처님만 의지하는 엄마는 이스라엘 가자는 나의 말에 의외로 흔쾌히

'코로나 끝나자마자 해외여행이라니, 왠 떡이냐'는 심정으로 '가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하셨다.

아마도 '인생 마지막 장기 여행을 이 때 아니면 언제가냐'라는 심정으로 승낙했을 것이다. 워낙 신실한 불교신자라 '성지순례'라는 것이 맘에 걸렸겠지만, 그보다 여행이라는 것에 마음이 더욱 혹했던 것 같다.


이스라엘은 '패키지'여행으로 떠나는 것이 대부분이나, 현지 이스라엘 아는 분도 계시고 나는 언제나 패키지 여행보단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관계로 이래저래 배낭여행준비에 들어섰다. 엄마는 몇년전부터 허리가 안좋으셔서 몸 좌우대칭이 어긋난 상태인데다 거동까지 불편해 이래저래 신경쓸게 많았다. 괜히 나 따라 나섰다가 아프면 가족들에게 원망만 받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이 조심스러웠다. 추가로 그녀는 당뇨에 고혈압으로 2번이나 뇌경색으로 쓰려진 이력까지 있지 아니하던가?!!

이에 나는 가족들의 마일리지를 죄다 모아, 엄마만은 "비지니스"로 좌석을 예약했다.


오마이갓, 내가 왜 같이 가자고 한거지?!!!



[준비리스트]

-현지 유심카드 (이카드)

-환전

-여행자보험 가입

-숙소 예약: 호텔보다는 다양한 여행자들과 쉬는 시간 동안 어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일부러 호스텔로 잡았다. =>호스텔은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공용 키친'이 있어 한식을 드셔야하는 고혈압 당뇨환자인 우리 엄마에게 최적의 숙소였다.

-한국음식: 햇반, 라면, 죽, 캔김치, 김, 고추참치, 불닭볶음면, 삼계탕, 깻잎, 멸치, 장조림, 프로틴바, 볶음김치 등

-현지투어: 현지 호스텔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예약 (1. 마사다 국립공원 2. 사해투어 3. 유대인샤밧체험-호스텔)

-항공권: 갈때는 이코노미, 올때는 딸내미도 마일리지 업그레이드하여 비지니스로 옴. 중년 딸내미 밤비행기타기엔 후회없는 선택이었음->마일리지는 이러라고 열심히 쌓는 거라며!

-넥 쿠션: 이코노미 여행자의 필수품

-휴대폰 충전기

-멀티탭: 엄마꺼 내꺼 전자제품 밤새 충전하려면 완전 효도템이었음.

-수영복, 샌달: 사해가려면 필수

-얇은 패딩, 스카프: 낮밤 일교차가 큼

-상비약: 여러가지를 챙겨갔으나 시차적응 못할수 있는 엄마를 위해 '멜라토닌' 챙겨간 것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됨

-지퍼백, 락앤락: 여행에서 먹다 남은 것을 냉장고에 보관할때 도움됨. 현지에서 산 과일 싸갖고 여행중 갖고 다니면서 먹음

-실리콘 물컵

-선글라스, 모자, 자외선차단제: 자외선이 유달리 강한 사막기후의 외국에선 필수죠!

-미니 찜질 패드: 일면 '미니 전기장판'. 쿠팡에서 마련했는데 여행내내 아픈 다리와 발찜질에 유용했다. 강추!!



이것저것 준비하니 트렁크가 한개로 모자란다. 그러나 삐그덕 삐그덕 잘 걷지도 못하는 일흔 노모와 움직일 것을 생각하니 왠지 그녀의 트렁크까지 내가 들어야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기내용 트렁크 하나와 배낭, 그리고 트렁크에 끼는 보조가방으로 내 움직임을 최적화할수 있는 짐꾸러미를 쌌다.

여행은 패션이 중요한데, 내 짐의 반은 엄마 당뇨식과 관련된 음식들이었다. 그래도 여행이 끝날땐 음식들은 사라져 가벼워져 돌아올수 있으리라.. 희망을 붙잡고 이스라엘 관련 자료를 유튜브로 보며 여행을 준비했다.


엄마 배낭, 엄마 트렁크= 총2개

내 배낭, 내 트렁크=총 2개

나는 총 4개를 혼자 밀고 끌고 들쳐메고, 엄마와 함께 대한항공 '인천-텔아비브'편에 올랐다.

여행 첫날 라운지에서, 아직까지 사이 좋은 "모녀"

인생 처음 '비지니스' 좌석을 탄다는 엄마는 혼자 비지니스석에 혼자 열몇시간 탄다는 마음에 설레임반/ 두려움반으로 걸을을 옮겼다.

좌우대칭이 살짝 어그러져 삐그덩 삐그덩 걸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렸다.

엄마의 생전 처음가는 지구 반대편이 프랑스, 독일 유럽이 아닌 이스라엘이라니!

돌아보면 엄마에게 이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 어떤 의미로 새겨질까?


비행기에 탑승하고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친절하게 생긴 스튜어드님께 엄마를 부탁했다. (실제로 엄마는 비행기 좌석 등받이 낮추는 법, 식판 꺼내는 법 등 어느 단추를 눌러야 되는지 아는게 하나도 없으시다.) 그래도 불안했던 나는 중간중간 이코노미와 비지니스 경계 커튼을 열어 제끼고, 엄마의 상태를 점검한다.

옆자리 승객과 안면도 트고 잠도 잘 주무시는 걸 확인 후 나도 이코노미 라이프를 비로소 즐기기 시작했다.



13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이동하는 무리를 따라 출입국 심사를 하러 갔는데 이스라엘 직원이 우리를 보고 "Welcome to Holy Land(성스러운 땅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 외쳐준다. 갑자기 기분이 나로 홀리해지고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그래, 이곳은 성지 이스라엘이지?!' 엄마는 환대해주는 이들에게 안펴지는 다리를 스트레칭해가며 기뻐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엄마와 짐 4개는 완전히 내 책임이 되었다. 텔아비브에서 한시간 걸린다는 이스라엘에 숙소를 잡은터라 대중교통이 불편할 엄마를 배려해 '그룹 택시'를 타기로 한다. 한국에서 검색했을 때 택시비가 68세켈이라 들었는데, 택시기사는 인당 80세켈을 부른다. 왜 비싸냐고 묻자 갑자기 무뚝뚝한 중동남자 특유 표정을 보이면서 주말이라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법이 없어 타기로 했다.


이국 땅에서 배낭여행 첫날, 코베였다.

홀리랜드 holy land라더만, 그 성스러운 감동이 택시바가지에 순식간에 싹~ 사라졌다.

그래, 그래.... 엄마의 편의가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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