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시는 와인 vegan일까? Non-vegan일까?
하루 빡씨게 살고, 차분히 마무리하면서 여유롭게 마시는 와인 한잔에 동물성 물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상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에이~~~~ 음료수 만드는데 무슨 동물성 … 누가 구라 치는 거지. 한데, 이리저리 안테나를 세워보고 알아보니, 오마나… 아 글쎄 그 말이 사실이여.
나이가 들수록, 어릴 때 입에 달고 살았던 달달하고 시원한 음료수보다는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와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공복에 마시는 와인이 주는 알딸딸한 기분은 내 앞에 어떤 음식이 놓여있든 그 맛을 황홀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 그런데…. 그 와인을 만드는데도 동물성 제품을 종종 쓴다고 하니 정말 환장하고 미칠 노릇이다.
와인에 주로 사용되는 동물성 제품은 생선의 부레로 만든 젤라틴, 우유 단백질인 카세인, 갑각류 껍질에 있는 키틴, 달걀흰자에서 나오는 알부민 등이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이런 동물성분을 와인에 넣을까? 일반적으로 포도를 발효시킨 후 와인에는 각종 유기물이 떠다녀서 뿌옇고 탁한데, 그 상태로 와인을 마시면, 입안에선 텁텁하고, 미관상도 별로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기에 궁여지책으로 나온 방식이 바로 이런 동물성 제품을 청징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청징제는 와인에 들어가서 온갖 불순물을 쫘악 당기는 역할을 해서, 나중에 가라앉은 그 청징제를 걸러내면 그때야 우리가 마시는 깔끔한 와인이 탄생하는 거다.
듣고 보니 내용은 이해가 가는데, 그럼 비건 와인, 맥주, 음료수가 존재하는 걸까? 당연하지. 요즘에는 국내에도 채식 인구가 늘어나면서 비건 와인을 구비해 놓는 식당이나 또는 와인 shop에서 비건 와인 구입이 가능하다. 참고로 유럽 연합의 비건 와인 인증을 확인해 보는 것도 비건 와인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는 채식 / 비건인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채식 연합에 따르면, 지난해(2019) 국내 채식 인구는 어느새 150만 명에 이르고, 그 숫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소비층이 늘어난다는 것은 수요를 증가시키는 의미를 하는 것이니, 앞으로 더 많은 비건 제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창출되기를 희망해 본다. 돌려 말하면, 동물 제품 사용을 줄이는 것은 결굴 동물의 희생을 줄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