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꼬맹이였을 때는 주말에 서울 대공원에 가는 것이 휴일에 할 수 있는 최고의 행사였다. 인형이나 장난감처럼 내 맘대로 가지고 놀던 것과는 달리, 실재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지 맘대로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왜 그들의 움직임이 그리 느려 터지고, 그냥 퍼져있는 모습들이 많이 답답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움직여 봐!!!”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또는 뭔가를 던져서 그들의 관심을 끌어 보려고 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몰랐다 동물원을 나오면서 느낀 그 찝찝함이 뭐였는지…. 하루 종일 동물원 안에서 보고 나온 건, 이리저리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인간들과 그런 인간들을 쳐다보는 생기 없는 동물들의 묘한 시선이 내 영혼을 더 지치게 했던 것 같다.
비건 지향을 하면서 동물원에 대한 정의를 완전히 새로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실제 체험을 하게 해주는 고마운 동물원”에서,
온몸을 날려서 열심히 뜀박질을 하며 살았던 야생동물들이,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한번 도는데 5분도 안 걸리는 감옥. 이곳에 있는 동물들은 뭘 먹고, 언제 자고, 자기 파트너를 찾는 것까지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 대 자연에서 유괴된 동물들이 모여있는 곳.
-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건강한 장소도 제공되지 못하는 곳.
- 쇼 나가기 전, 엄청 굶어서, 먹이를 얻기 위해 몸부림치며 사는 곳.
- 야생에서 함께했던 가족들과 친구들로부터 강제로 떨어져 살아야 하는 곳.
- 돌고래들의 멋진 점푸와 이중 삼중 공중에서 팽이 치는 모습 뒤에는 죽음과 바꿀 만큼의 훈련이 있는 곳.
동. 물. 원.
한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고 싶은 게 인간의 자연 본능임을 너무나 잘 아는 우리가, 다른 생명체에는 너무 인색하고 잔인하기도하다. 오래전에 방문했었던 케냐에서 마사이 부족들과 같이 지내며 며칠 동안 보고 느꼈던 대 자연 속에서의 동물들이 문득 생각난다. 우리가 타고 있었던 트럭 보다도 겁나 빨리 달리던 얼룩말과 타조들, 동물원에서는 우리가 쳐다보던 입장이었는데, 이곳에선 그들이 갑이 되어 우리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어라! 저것들은 이상한 껍질을 몸에 걸치고 있네”, “눈깔에는 까망 똥굴뱅이를 걸치고 있고”, “뭔가로 쉴 새 없이 찰칵찰칵 누르고 있네… 이상한 넘들”
앞으로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우리가 동물원이라는 막혀있는 공간을 가지 않아도, 진짜 같은 가상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할 수 있다니, 그때가 하루 속히 오기를 두 손 모아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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