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함께 줄여요
비건 지향을 해 가면서, 음식 다음으로 내 의식의 변화와 행동이 눈에 띄게 변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쓰레기 줄이기이다. 예전에는 내 손을 떠난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일단 내 손을 떠난 쓰레기는, 나와 평생 다시 볼 일 없는 그들이었고, 그 후의 여정도 결코 알고 싶지 않았었다. 치약은 튜부에서 찌이익.. 나와야 하는 거고, 칫솔은 가지각색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지는 게 당연하고, 생리대와 템폰이 없었다면 이 세상 여자의 삶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하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참 좋아…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지.
아 근데… 나 혼자만 일회용 제품을 쓴다면, 쓰레기 전쟁이고 어쩌고 이런 말도 나오지 않았겠지만, 이 지구 상에 살고 있는 몇천억의 사람들이 그저 습관처럼 쉽게 쓰고 버리는 일을 매일 한다면….. 갑자기 “엄마야”가 터져 나온다. 이미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은 폐기물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소리를 수시로 들으며 인터넷을 통해 살펴본 쓰레기 전쟁, 쓰레기 섬, 쓰레기 먹는 새…trash trash trash….. 갑자기 걱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내가 세상을 바꾸는 건 어림도 없지만, 최소 내가 쓰는 것만 조금씩 바꿔 보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맹 상점”에 관해 처음 들었을 때 “껍데기는 없고 알맹이만 파는 가게”라는 모토가 참 마음에 들었다. 충분히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container를 쓰레기통에 던지는 것에 늘 알 수 없는 찝찝함이 있었는데, 이곳은 “알맹이는 내가 줄 테니 당신은 껍데기만 가져오세요”라고 너무나 예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서울역 옥상에 자그마하게 자리 잡은 refill store. 삭막한 도시에 이렇게 친환경적인 공간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가게는 물론, 가게 주변의 쉼 공간도 참으로 평화롭게 보이는 곳이었다.
가게 안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왼쪽에 있는 음료수 스테이션이었다. 시원한 아이스티를 매장 안의 텀불러에 넣어서 주었는데, 참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음료수를 다 마신 후 self wash를 각자가 한 후, 큰 통에 직접 drop을 하도록 되어있었다. 미국에서 술 마시는 Bar에 가서 보았던 컵을 닦는 시스템과 비슷했다. 가게 구석구석에 아주 세심한 배려와 최대한 친환경으로 디자인하려는 Green 생각들이 깊이 느껴졌다.
여러 가지 아기 자기한 알맹 제품, refill 제품들이 있는 선반을 보면서 특히나 눈에 띄는 제품들이 몇 가지가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고체 치약이라든가, 예전에 많이 들고 다녔었던 손수건들, 화장 지울 때 사용하는 얇은 일회용 cotton pad , 계속 빨아 쓸 수 있는 면 수건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 대신에,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실리콘 빨대, 땅에 묻어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 칫솔 대신에 나무 칫솔, 바디워시, 샴푸, 린스 등 각각의 container를 요구하는 제품을 비누 하나로 모두 통일시킨 정말 Brilliant 한 제품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모습들이 참으로 귀엽고 착해 보였다.
나 혼자 바꾼다고 뭐가 크게 바뀔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일단 나만 잘하고 보자. 세상에는 반드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고, 이 들이 모여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