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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껑열린 별똥별 Dec 04. 2021

비건과 철인 삼종이 뭔 관계란 말인가?

풀떼기의 power

"풀떼기만 먹고 힘이 나니?" 비건 지향이라고 얘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때로는 소리 내서 크게 내뱉기도 하지만, 보통 머리와 가슴속으로 소근소근 내뱉는다.  그래도 그 울림은 느껴진다.  솔직히 "풀떼기 파워"는 내가 비건 지향에 입문하기 전부터 꾸준히 가지고 있었던 question 이기도 하다.  채소를 먹으면 후다닥 몸 안에서 소화되어 밖으로 나갈 것 같은데, 고기를 먹으면 왠지 몸 안에서 지리~~~ 하게 버티면서 밀려나가는 과정에 영양 찌꺼기가 좀 더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37.5도의 몸 안에서 몇 시간을 장에 머무르면서 썩어가는 그 찌꺼기가 우리 몸에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한 표를 던져본다.   


비건 지향을 처음 시작할 때 본 "The Game Changers"라는 다큐멘터리에서 "풀떼기의 힘이 이렇게 대단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  안심하고 야채만 먹어도 건강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순간이었다.  물론 무조건 야채만 많이 먹는다고 영양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야채들과 곡물들이 가지고 있는 영양분이 다르기 때문에 나한테 맞는 최적의 recipe를 찾고 하루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운동을 겸하는 사람들이라면 논 비건, 비건 지향, 비건이건 간에 그 누구를 불문하고 올바른 영양분 섭취는 장기적으로 최적의 life를 위해서는 필수요건이다.  


아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운동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헬스장에 가는 것도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사치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현생에 치여서 잠잘 시간도 부족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부족한 삶이라면, 최소 30분 오가고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1시간 운동하는 시간을 낸 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인간 수명을 생각하면서 노년에 좀 더 덜 아플 생각을 하면 그래도 몸을 조금 움직이게 된다.   그냥 하는 운동은 motivation 이 많이 떨어지기에, 항상 뭔가 꺼리를 찾는 나의 뇌리를 스치는 한 가지가 바로 "철인 삼종 경기"이다.  제목만 들어도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웅장함이 느껴진다.  저걸 한번 하면 폼이 좀 나겠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수영, 자전거, 달리기 세 가지 중 내가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  일단 수영은  팔다리를 함께 움직이면서 숨까지 쉬는 일이 내게는 전혀 쉽지 않다.   자전거는 동네에서 와따리 가따리 하는 정도, 그렇다고 뜀뛰기를 잘하냐.... 중고등학교 때 100미터 달리기에 거의 꼴찌를 도맡았다면 어떤 상태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런 내가... 비건 지향을 하면서, 철인 삼종에 도전하겠다니.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얘기한다.  "진짜로?  풀만 먹고?  하다가 영양 부족으로 쓰러지면 어쩔라고? "  나를 극도록 아끼는 사람들한테서 나오는 반응들이라 뭐라 반박하기도 좀 그렇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초를 치는 말들에 은근히 부아가 치밀라고 한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 주었다면, 그냥 슬그머니 내뺐을 수도 있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니 점점 더 오기가 생긴다.  집 주변에서 철인 삼종 하는 모임을 열심히 뒤져서 일단 가입을 해 놓고, 한발 한발 baby step으로 훈련을 받기로 했다.   " 근데 니들 알아? 세상에서 제일 힘센 사람이 채식주의라는 것을?".  

2022년 4월 10일!   full course는 아니지만 가장 첫 코스 Alpha Open을 신청했다.  풀떼기의 파워를 반드시 보여줄 거다.  아자... 

#날라리비건 # 비건지향 # 지구사랑 # 환경사랑 #철인삼종 # Triath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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