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조금씩 비건 지향
어김없이..... 같은 말을 들었다.
"비건한다고?".
"풀떼기만 먹고 힘이 나니?"
"그럼 단백질 섭취를 어찌 하니?"
"나한테는 하자고 하지 마... 난 먹는 거 너무 좋아.".
태평양 건너 한국에 사시는 엄마와의 통화 내용이다. 우리 엄마는......
매일매일이 행복하시며 초긍정 에너지 가지고 사시는 분.
일주일에 여러 번 고기 몇 점을 반드시 먹어줘야 힘이 생긴다고 찰떡같이 믿으시는 분.
80을 갓 넘긴 나이에도, 바퀴 달린 장 바구니 끌고, 20분 버스 타고, 5일장 열심히 다니시는 분.
노인은 근력을 키워야 한다며, 일주일에 4-5일은 헬스장에 가서 가볍게 2- 3시간을 보내시는 분.
혼자 사시면서도 냉장고 3개를 곳간처럼 잘 관리하시는 분 (제철에 쌀 때 많이 구입해서 잘 보관하심).
한국 갈 때마다 감탄하는 것이 바로 엄마의 냉장고 탐험이다. 꽉꽉 찬 3개의 냉장고를 보면서 "엄마는 밖에 안 나가도 1년은 먹고살겠다"라고 했다. 처음에 엄마의 냉장고 / 냉동실 문을 열었을 때, 조금의 헛 점도 보이지 않는 꽉 찬 공간에 숨이 콱 막혔었는데 , 자세히 보니 그 안에도 rule이 있었다. 싱싱한 제철 음식을 싸게 대량으로 구입해서, 잘 씻고 다듬은 후, 한번 먹을 만큼 나누고, 티브이에서 배운 음식물 오래 보관하는 법에 따라 정리하고 게다가 날짜까지 적혀있었다. 캬캬캬캬!
풀어 얘기하면...... 엄마는 본인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맛있게 드시는 것에 너무 행복 해 하는 분이다. 맛있는 음식 먹기 위해서 사시는 건지, 살기 위해서 맛있게 드시는 건진 모르겠지만...ㅎㅎㅎ... 아무튼 세상의 음식 감사하게 드시는 아름다운 우리 엄마.
코비드 때문에 2년 정도 한국에 들어가지 못해서 이번 방문은 비건 지향을 시작한 후 처음 여행이 된 셈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한국 도착 첫날은 아삭아삭한 양념 닭다리를 뜯고, 그다음 날부터는 엄마랑 둘이서 온갖 맛집을 투어를 했을 텐데...
"이번에는 먹으러 안 다니고 뭘 할 거야?"라는 엄마의 물음에.
"걱정 마, 먹을 곳 엄청 많아 ^^" 라는 대답을 해 드렸다. [흔히들 한국인은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채식 / 비건 지향이 힘들다고 얘기 하지만, 의외로 야채 음식이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 채식 / 비건 식당 투어 기는 여기저기 무작위로 투척합니다)]
엄마를 모시고 이곳저곳 채식 / 비건 맛집 투어를 하면서 엄마가 하신 감동의 한 마디. "이야아...... 비건 음식이 이렇게 맛있는지 정말 몰랐네!!!!". 캬아..... 또 한 명의 美人 을 날라리 비건으로 영입하는 순간이었다. 이 영감으로 엄마는 유튜브를 열심히 보시면서, 드디어. 비건 김치" 성공!! 세상에나... 둘이 밥솥 끌어안고 풋풋한 비건 생김치에 감동하던 순간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다. 그야말로 "날라리 비건 모녀" 코미디다.
따뜻한 밥 한 공기에 엄마 표 비건 김치가 간절히 떠 오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