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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황 Jan 22. 2020

인사의 중요성

노처녀 성장소설

난 택시를 탈 때나 버스를 탈 때나 꼭 “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를 하며 탄다. 안전 운전해주심에 대한 선 감사함의 표현은 물론, 내 안전을 잘~ 부탁드리며 부디 위험한 일은 하지 말아 주십사 하는 살짝의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주차가 힘든 홍대에서의 북클럽을 위해 광역버스를 탔다.
“안녕하세요~” 

평소처럼 한껏 밝고 경쾌하게 인사를 하며 카드를 찍는데 소리가 안 난다. 다시 찍어도 응답이 없어 확인하니 사용하던 카드가 없다. 순간 당황스러워 가방을 여기저기 뒤지니, 앉아서 차분히 찾으라고 하신다. 

좌석에 앉아 가방 구석구석을 뒤져봐도 늘 쓰는 현대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교통카드가 내장된 다른 카드는 동시 울림 방지를 위해 다른 지갑에 넣어놨는데, 요즘 현금 쓸 일이 잘 없으니 지갑을 안 가지고 다닌 지 오래고. 아이폰에 내장된 현대카드는 핸드폰으로 안될 때가 더 많고... 

'아~ 카드지갑에 있는 비상금! 음..... 그건 어제 구내식당 식권 사는데 썼구나..' T T

난감해 하다가 오래전에 파우치에 꼬깃꼬깃 접어 넣어놓은 만 원짜리 한 장이 다행히 생각나 그걸 들고 운전석으로 다시 갔다.
“기사님~ 제가 카드를 어디다 잃어버렸나 봐요.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만 원짜리 한 장 찾았는데 이걸로 현금 계산이 될까요?” 

라고 물으며 할머니 고쟁이에서 꺼낸 듯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한 장을 빨간불 정차 중 조심스레 내밀었다. 기사님은 꼬깃한 만 원짜리 한 장과 내 얼굴을 한번 흘낏 보시더니 그냥 담에 탈 때 두 번 내라고 하시며 쿨하게 넘어가 주셨다. 
예전엔 현금 계산이 되었던 것 같은데, 이제 카드 승차만 되는 것인지 아님 바꿔주실 잔돈이 없으셔서인지 모르겠다만~ 여하튼 난 2650원 정도의(이보다 더 올랐나?) 좌석버스 비용을 안 내고 무임승차해 홍대까지 왔다. 배려해주심이 너무 감사해 평소의 “감사합니다” 기본 인사에 옵션 추가를 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도 덧붙였다.

북클럽이 끝날 때까지 이따 집에 갈 땐 어쩌지? 를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카드가 없으니 택시도 안되고, 천 원짜리로 바꿔 3000원을 들고 좌석버스를 타도 혹여 현금 승차 거부를 당하면 낭패고, 혹여나 그 기사님을 갈 때 또 만나면 상습범이라고 생각하실 테고... 

그리하여 집 앞까지 앉아서 한방에 편히 가는 광역 좌석버스를 포기하고, 복잡하고 환승까지 해야 하는 입석 지하철을 선택해야 했다. 근데 지하철 1회용 승차권도 꼬깃한 만원을 기계가 자꾸 뱉어내는 바람에 4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구매할 수 있었다는 힘겨운 사연.

여하튼, 카드 없이 무사히 돌아다닌 하루에 감사하고, 친절한 기사님께는 더욱 감사한 날이다! 기사님이 말한 대로 담에 탈 때 2번 금액을 낼 정도의 순수한 정직함이 내게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일반 식당이나 편의점도 아닌지라 아마도 잊은 척 넘어갈 것 같으니, 대신 매달 하는 기부처에 엑스트라 기부를 이번 달엔 만원 더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오늘 행운의 일등 공신은 아마도 탑승할 때 기분 좋게 건넨 인사였지 않을까 싶다. 물론 누군가는 초미녀의 미모 덕분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만..ㅋㅎ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세 가지 인사만 잘해도 우리의 일상은 좀 더 수월해진다. 하지만, 그 한 마디를 하지 않아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까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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