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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황 Apr 15. 2020

경기도 재난 기본소득 사용기

노처녀 성장 소설

날이 좋아 광합성도 할 겸 언니랑 잠시 공원 산책이라도 하려고 만났다. 그러다 오늘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경기 재난 소득 문자가 생각났다.
지난 목요일부터 신청해도 된다고 해 시스템이 좀 안정되기를 기다려 금요일쯤 신청했다. 모든 경기도민 10만 원에 부천시민 5만 원이 더해져 15만 원의 마일리지를 받았다. 뭔가 부천페이나 경기 지역 카드 그런 걸 새로 만들어 받으라고 했으면 궁시렁거리며 귀찮다 미루고 있었겠다만,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로도 연계 사용 가능하다고 해 현대카드로 연동 신청했더니 오늘 낮부터 사용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다.
경기 재난 소득 지원금을 받으면 무조건 지역 재래시장에 가서 사용해야지 생각했었다. 언니도 승인이 되었다기에 다시 집에 가 장바구니를 하나씩 챙겨 운동 겸 쇼핑 겸 시장을 돌기로 했다.

재래 시장 곳곳에  마련 되어 있는 손소독제를 보니 더욱 다행스러운 마음이었다


시장을 좋아하는 엄마 때문에 가끔 명절에 재래시장을 가보긴 했다만, 20년 넘는 자취생활에 내 집 용품을 위해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확실히 마트와는 다른 정겨움이 있었고, 대형 마트에선 하지도 않는 이야기들을 시장 상인들과는 두런두런 하게 되었다. 경기페이 받자마자 일부러 시장으로 달려왔다 말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아내의 요리 솜씨가 늘었다는 고깃집 아저씨에게서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은 한돈 고기를 세일한다고 두 팩씩이나 사고, 건어물 할머니에게 남해산 국물용 멸치와 다시마를 사고, 장사를 너무 프로페셔널하게 잘하는 과일가게 이모에게 과일을 사고, 떡집에서 쟁여놓을 떡국떡을 큰 봉다리로 사고... 

(냉동실이 가뜩이나 좁은데 쟁여놓아야 할 것들을 이리 사다니... 엄마를 욕할게 못된다.ㅋ)
앵무새를 얹고 다니는 꽃집 아주머니네는 짐이 너무 많아 꽃만 구경하고는 며칠 있다 짐 없을 때 다시 오기로 했다. 걸어왔으니 갈 때도 생각해야 했기에.


꽃집 아주머니 어깨 위에 딱 붙어서 이쁜짓을 하던 사랑스런 앵무새~


난 앞으로 2~3번쯤은 더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언닌 본인이 받은 돈의 대부분을 쓴 것 같았다. 역시 아파도 쇼핑할 때만큼은 힘이 나는 쇼핑왕답게 빠른 시간 안에 참 잘도 쓴다.ㅋㅎ 
시장을 다 보고 맞은 편 스타벅스에서 핸드폰에 남아있던 기프티콘으로 커피와 치즈케잌까지 알차게 먹었다. 오늘은 누군가가 준 것들로 하루를 선물처럼 풍요롭게 채웠다. 

선물 받은 기프티콘으로 먹은 스타벅스 그란데와 클라우드 치즈케이크!


난 이재명 지사의 행동력은 인정한다만, 그의 독단적인 에티튜드를 그리 좋아라 하지 않는다. 특히 경기 재난 소득 관련해 부천시장이 한마디 했다고 “부천은 빼~” 라는 식의 태도는 더욱 후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3개월 안에 사용하게 하며, 특히나 신용카드 연계를 한 건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더욱 한가한 평일 오후에, 경기페이 받아 얼른 쓰려고 시장으로 달려왔다는 말을 하니 상인들도 뭔가 되게 좋아하고 많이들 고맙다고 하셨다. 그간 힘드셨을 것에 비하면 얼마나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이렇게 작은 것들이 모여 변화의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본다.

신청할 수 있는 것들은 미루지 말고 얼른얼른 신청해, 시장으로 동네 작은 가게들로 달려가 선순환을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냉장고가 좁으니 내일도 브런치로 혼자 고기를 구워야 할 듯~ㅋㅎ

아무리 그래도 혼자 살며 고기  두 근을 사는 건 좀 무리였나 싶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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