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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황 May 07. 2020

기회 vs 위기

노처녀 성장 소설

경기 재난기본소득을 받자마자 재래시장에 가서 사용하고는 한참 사용을 못해, 지난주에 동네 세탁소와 동네 슈퍼를 일부러 들렀었다.

드라이클리닝 체인점이긴 하다만 경기 페이가 되는지 전화를 해본 뒤 밀린 드라이 거리들을 가지고 갔다. 원래 이용하던 좀 더 작은 체인은 경기 페이 사용 안내가 안 붙어 있기에 지역화폐 사용처로 가서 새로 아이디 등록을 하고 드라이 할 옷들을 맡겼다. 
드라이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3만 원 좀 넘으려나 했더니, 5만 원쯤 나왔다. 나름 싸게 하는 체인점인데 이럴 거면 그냥 집 건물 일반 세탁소에서 하는 게 나을 법한 가격이었다. 입력한 가격들이 하나도 안 보이고 총액만 이야기 하기에 품목별 가격을 좀 보자고 했다. 


내 키가 평균보다 좀 큰 관계로 옷들이 좀 크고 길기로서니, 내 상의 쟈켓은 바바리코트로 입력되어있고 간단한 여름 원피스들도 원피스 가격 중 최고가로 입력되어 있었다. 원피스가 무슨 겨울 코트랑 거의 비슷한 가격이냐고 물으니 옷 소재들이 다 특이하고 좋은 거라 그런단다. 난 물빨래도 돌리던 간단한 나시 면 원피스도 실크로 막 등록해놨다. 좀 괜찮아 보여도 옷 전문가가 실크로 착각할 정도는 아닐 텐데... 그냥 두 개의 품목은 수정해 다시 입력하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지역 페이 못써도 여긴 다신 안 와야겠다 싶었다.

거의 집 앞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간단한 장을 본다만, 이번엔 지역 페이를 사용하려 가끔 쓰레기 봉지만 구매하는 동네 마트로 갔다. 지역 페이 사용 환영을 A4용지에 뭔가 착한 글씨로 써놨기에. 

물건들이 그리 맘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코로나로 힘든 시기니 수수한 동네 슈퍼를 애용하자 싶어 일부러 갔다. 오래 갈 공산품들 마구 사놓으면 되니까. 특히나 잘 안 썩는 맥주라도 잔뜩 쟁여놓을 마음으로~ㅎ

근데 많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엔 그래도 많은 할인 상품들이 있었고, 살만한 물건들도 있었다만 뭔가 되게 비싼 느낌이었다. 심지어 편의점보다 더. 맥주도 맨날 할인하고 이것저것 할인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엔 다 냉정한 정가만 단호히 써있었다. 잔뜩 사 오려고 장바구니까지 준비했는데, 그냥 나오긴 그래서 꼭 필요했던 마요네즈와 통후추만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통후추는 아무리 봐도 너무 비싼 것 같아 검색해봤다. 온라인이 좀 싸게 판다고 감안하더라도 몇천 원짜리 통후추 하나가 2천 원이나 비쌌다. 홈플에서도 최소한 천원은 더 싸게 샀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싶었다. 

아니나 다르게 한 이틀 뒤부터 지역 상점의 바가지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좋은 기회를, 좋은 선의를 이렇게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 당장 꿀처럼 보일지 모르는 독을 기어이 마시려 하는 사람들. 자신의 앞에 온 기회를 한탕주의 도박으로 바꿔 결국 위기를 맞는 사람들...
사람들은 귀신같이 안다. 아무리 나라에서 공짜로 받았어도 그 돈이 누구에게 가면 좋을지, 어떤 사람들에게 좀 더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지. 자신의 선의가 이런 식으로 한탕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걸 이젠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는다. 귀찮아도 제대로 응징해주고 찾아내 혼내줄 수 있는 세상이니, 부디 정신들 차리셨으면 좋겠다.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있는 대형 상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기회에 동네 작은 상점만의 친절함과 건강하고 정직한 모습으로 지역화폐 없이도 계속 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돈 쓸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제대로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
점점 빠르고 섬세해지는 온라인 배송 서비스가 계속 늘고 있는 시대에, 슬리퍼 끌고 나가 바로 살 물품들이 이렇게 매력도 이유도 없이 비싸기만 하다면 그냥 편리한 온라인 배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부디 본인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세상의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부디 선의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세상을 지켜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 먹는 사과가 날마다 조금씩 건강해질 사과인지, 마녀의 독사과인지는 본인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걸, 혹여 독사과를 먹어도 본인이 백설공주가 아닌 이상 구해줄 왕자님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셨으면 좋겠다.

 

사진은 직접 찍은 것이 아닌 유료 이미지 사이트 구매 이미지입니다. 유니스 황은 저작권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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