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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황 Jul 23. 2020

특별해지다

와인 리뷰 - 구아도 알 타쏘 Guado al Tasso를 마시고

비도 오니 언니와 간단히 데일리 와인이나 마실까 했다. 동생이 아껴둔 와인이 생각나 그 와인을 딸 때 꼭 껴달라고 했더니, 그냥 오늘 마시라고 했다. 오~ 몇 달 전 몰래 마시려다 값이 좀 나가보여 참았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700년간을 이어온 이태리 와인 명가 안티노리에서 만든 투스칸 와인을 인스턴트 비엔나소시지에 먹을 건 아니었다.


안주를 준비하는 30분 정도만 기다리려다가 집에 가서 에어레이터를 가져와 1초 디캔팅의 마법에 기대어 보기로 했다. 좋은 와인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올리기 위해 그 정도 귀찮음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미리 오픈한 후 향을 맡아보니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어 보였다.


조금 맛을 보았다. 강렬한 스파이시함과 이태리 와인 특유의 살짝 강한 산도, 씁쓸한 가죽향과 나무향, 살짝 떫은 탄닌감이 묵직이 다가왔다만, 화사한 베리류의 과실향은 풍부했다. 역시 브리딩이 좀 필요해 보였다.

오픈 후 1시간을 기다린 후 빈토리오 에어레이터를 사용해 마셨다. 평소에도 비포 에프터에 차이가 있었다만, 단단하던 와인의 맛과 향이 확연히 달라져있었다.

바람이 잘 통하는 베란다에 1시간을 열어둔 이유도 있지만, 거칠던 맛이 확실히 젠틀해지고 향도 훨씬 풍성해졌다. 와~ 마실수록 그 향기와 맛이 더 좋아지며 매력을 발산하니 점점 더 행복해졌다.

원래 특별한 날 비싸고 좋은 와인을 마시는데, 이 와인으로 인해 아무 날도 아닌 오늘이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뭐랄까, 40대쯤의 굉장히 성공한 ceo 같은 느낌이랄까? 처음엔 살짝 어려워 보였다만, 시간이 좀 지나니 상당히 지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보이는 클래시컬한 남자 같았다.

몽블랑 만년필과 책을 좋아하고, 화려한 구찌나 루이비통보단 티 나지 않는 에르메스 가죽 제품을 좋아할 것 같은 기품이 느껴지는 분위기랄까?


늘 실제보다 비싸게 책정되는 네이버 검색에선 25만 원이라고도 쓰여있는데, 블로그 검색을 해보니 이마트 장터에서 10만 대 초반에도 구할 수 있는 와인이었다. 물론 '저렴한 장터에서도 그 정도면 역시 비싸군~' 하며 먹었는데, 비비노 검색을 해보니 2016년 빈티지 해외 평균가 40만 원, 4점도 대단한 비비노 평점 4.4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물론 얜 2013년 빈티지이다만 다른 빈티지들도 30만 원 중반대.


으앗~! 너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 녀석이었구나!


덕분에 평범했던 비 오는 수요일이 더욱 특별한 날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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