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만으로도 사랑으로써의 가치가 있는 외눈박이의 사랑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봄 아지랑이 같이 살금살금 하루의 시시각각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하루는 들뜬 마음과 기대감으로 즐겁기만 하다.
짝사랑은 슬픈 결말 밖에 없다고, 짝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누군가 그랬던가.
그러나 홀로 하는 사랑도 사랑이고 짝사랑은 슬픈 사랑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짝사랑의 결과가 여전히 혼자 좋아해야만 해도
누군가를 온전히 좋아한다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거울을 더 보게 되고 옷을 더 고르게 된다.
안하던 일을 하고 반복하는 행동들이 많아진다.
오늘 혹시 그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주는 두근거림은 그 어떤 설레임보다 강렬하다.
그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가는 길은 조금도 지루할 수가 없다.
이 모든 일들이 얼마나 형형색색 알록달록 기쁜 일인가.
고백의 결과가 원하지 않는 결말이라고 해서,
인연이 아니라고 해서 슬프지 말자.
언젠가 나에게 올 그에게 두 팔을 벌려 안아 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면 된다.
다만, 곁에 있고 싶어서 사랑을 우정으로 만들지는 말자. 그것은 슬픈 일이다.
오늘 하루도 아직 내게 오지 않은 그를 위해
설레이고 기쁜 하루를 살자.
"백치 애인"
- 신달자
나에게는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 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모른다
별 볼일 없이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날까 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 다방에서 다방 문이 열릴 때마다
불길 같은 애수의 눈물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또는 시장 속에서 행여 어떤 곳에서도
네가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착각 속에서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며
한마디 하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다
바보 애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