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고통의 관계

사랑의 고통이 싫어서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은 것

by 십일월

우리는 손해를 감수하고, 상처나 고통을 받을 각오를 할 때에만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언제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에야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있다.

- 올 어바웃 러브 -


제대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얼마나 제대로 사랑해 왔고 사랑해 갈 수 있을까.


나 역시도 그랬다. 어릴 때 인생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을 것 같던 사랑을 겪고 나서 깨달은 것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매일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나이가 되었다.


조카가 태어났다.

아무런 힘도 없고 아직 세상을 바라보지도 못하는 한 달이 안 된 신생아를 만난 순간. 그리고 내 품에 안은 순간.

조카를 위해 고통도 감내하고 희생해서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찾는 나를 발견했다.

아. 맞다. 사랑은 이런 것이었지.


평생을 같이 손 잡고 걸어갈 사이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손해나 상처, 고통에 대해서 일반적인 인간관 계보다 넓게 혹은 깊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

고통이 사랑이고 사랑이 고통인데 그 가운데 행복과 기쁨이 있다는 것을 눈물과 함께 알게 되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 도종환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 번

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

마음과는 따로 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들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를 몇 번

바위 위에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 같은

우리의 심사와

불어보는 바람 같은 깨끗한 별빛 사이에서

가난한 몸들을 끌고 가기 위해

많은 날을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

자라지풀 가득한

돌 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

끊임없이 피 흘리게 합니다


풀잎 하나가 스쳐도 살을 비히고

돌 하나를 밟아도

맨살이 갈라지는 거친 발판을

우리 손으로

마르지 않게 적시며 가는 길 입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깨끗이 괴로워해 본 사람은 압니다

수없이 제 눈물로

제 살을 씻으며

맑은 아픔을

가져보았던 사람은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고통까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로 살며

사랑하는 일도 그렇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사랑은

우리가 우리 몸으로 선택한 고통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