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소리를 소리를 멀리하고 여러 가지 마음을 멀리하는 일
세상이 너무 시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마음의 여러 가지 냄새들에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책상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다가 어느덧 한숨으로 바뀐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풍경이 내 옆을 지나갈 때
지하철 맞은편 검은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
주변의 소리는 조용해지고 홀로 슬퍼질 때가 있다.
내가 초라해질 때가 있다.
어릴 때 풀던 문제와 달리, 삶이라는 문제집은 풀수록 규칙을 모르겠다.
살면 살수록 삶은 어려워지고 작아지기도 할 때, 잠시 나를 안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누구나 스스로를 가만히 내버려 두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파아란 나무들 사이의 공기와 멀리서 달려오는 바람과
하늘에서 내려오는 따스한 빛에 안겨 보고
지저귀는 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저 가만히 가만히 걸어 본다.
그리고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내일도 그렇게. 나를 안아주는 푸르고 밝은 것에 휩싸여
나를 그렇게.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
나를 아끼는 일이다.
숨어사는 즐거움
- 조용우
가끔은 숨바꼭질처럼
내 삶을 숨겨두는 즐거움을 갖고 싶습니다
전화도 티브이도 없고 신문도 오지 않는
새소리 물소리만 적막의 한 소식을 전해주는
깊은 산골로 숨어 들어가
내 소란스런 흔적들을 모두 감추어 두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헛된 바람에 불리어 다녔음을
여기저기 무지개를 좇아 헤매다녔음을,
더 이상 삶의 술래가 되어 헐떡이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는 적막 속으로 꼭꼭 숨어들어
홀로 된 즐거움 속에 웅크리고 있겠습니다
그리운 친구에게는 편지를 부치러
장날이면 가끔 읍내로 나가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갈 곳 없는 떠돌이처럼
갈대의 무리 속에 슬쩍 끼어들었다가
산새들 뒤를 허적허적 쫓다가
해질녘까지 노닥거릴 생각입니다
내게 남은 시간들을
백지의 고요한 공간 속에 차곡차곡 쌓아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