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로 순응하고 낯선 나를 발견하며 나를 구부려 가는 일
매일 꿈을 꾸며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이는 매일을 보내던 날들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하루하루가 불타는 것처럼 보내던 날들이 있다.
오늘과 내일, 매일이 미래에 대한 상상과 희망으로 가득했고,
꿈과 사랑이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을 믿으며 사는 때가 있다.
시간은 흐른다.
영원한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꿈은 깨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나이듦, 늙어감 등과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때가 온다.
그 때에 우리의 삶은 죽음을 향해 가고 늙음을 하루하루 밟아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느낌 혹은 죽어간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듦은 낯선 자기를 발견하는 행복한 일이다.
늙어감은 시간의 소외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인정하게 하는데
이는 삶에 대해 현명함을 가지게 하는 큰 요인이다.
시간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시간의 의미를 통해 삶을 소중함을 알게 한다.
삶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을 하게 한다.
결국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랑하고 나눔을 통해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시간이 가진 비밀이요 알아차려야 하는 것들이 아닐까.
시간을 발견하는 일의 아름다움이 늙어감에 있다.
신이 인간에게 삶과 죽음 사이에 늙어감을 준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렇기에 나이듦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받아 들여 하루를 기쁘게 여길 수 있다.
참 오래 걸렸다
- 박희순
가던 길
잠시 멈추는 것
어려운 일 아닌데
잠시
발 밑을 보는 것
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애기똥풀을 알아보는데
아홉 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