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느려졌을 때 미쳐 보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이 보인다
비가 오면 하늘을 한 번 보게 된다.
구름과 비를 보면서 우산을 챙기게 되는데,
날씨가 궂을수록 우리는 급하게 움직일 수 없어서 잠시나마 삶을 느리게 만든다.
우산을 쓰면 하늘을 볼 수 없지만, 창문 안쪽에서는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볼 수 있다.
비로소 주변을 둘러 보면 길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볼 수 있다.
물안개 같은 운무가 낮게 드리워질수록 날은 어둡다.
어두울수록 지금이 몇 시 정도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허겁지겁 젊음을 살아내다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주변에 나를 향해 있는 존재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그 때에
그저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아닌, 나를 향해 있는 존재들을 둘러 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가족 그리고 친구 몇몇.
시간이 느려졌을 때 보이게 되는 것들이 있다.
느림은 행복한 시간의 울타리 같은 것이다.
어떤 결심
-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아플 때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 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