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내가 인생을 걷고 있는지 몰랐다.
내일이 중요했기에 내일을 바라보며
매일을 살고 또 살아내고 살아지고 그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내일을 바라보면서 어제도 보기 시작했다. 어제를 바라볼 때 하나의 길이 보이기 시작한 때가 있다.
내가 걸어온 길이 보이던 순간이었다.
이제는 어제 걸어온 길에 비춰 오늘 내가 걷는 길을 다시 보며 내일의 길을 내다본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 지금 걷는 이 길이
늘, 봄 길이 되기를 바래본다.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