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마음이 나를 위로하게 내버려 두자
여름 휴가지에서 한 번씩 느꼈을 법한 경험이다.
푸른 밤바다의 파도를 가만히 들여다볼 때,
산에서 저녁을 먹고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눈을 뜨고 있어도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고요함이 나에게 온다.
저 멀리 바다 끝에서 물이 해로 물들다가 떠오르는 빛으로 가득 찰 때,
산 너머 구름 속에서 빛의 선들이 세상으로 나오다가 두둥실 해가 뜰 때,
눈을 뜨고 있어도 가만히 먹먹해지는 벅차오름이 나에게 온다.
복잡한 마음이 사라지는 순간 시원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고요 속에 귀를 기울일 때 마음이 내게 오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혼자서지만 가득 찬 느낌일 때가 있다.
가끔 마음의 방을 비웠다가 홀로 채워보면
세상이 생각보다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의 방
- 김수우
방문을 열면
그 너른 들판이 펄럭이며 다가와
내 이야기를 듣는 벽이 된다
그저 떠돌던 바람도
큰 귀를 열고 따라 들어온다
커피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노라면
나는 잊혀진 왕족처럼 적막한 고독감과 함께
잃을 뻔한 삶의 품위를 기억해 낸다
마음의 4분의 1은 외롭고 또 4분의 1은 가볍고
나머지는 모두
무채색의 따뜻함으로 차오른다
두어 개 박힌 대못 위에
수건 한 장과 거울을 걸어두는 것
그리고 몇 자루의 필기구만으로
문명은 충분한 것임을 깨닫는다
마음 속이
작은 방만큼만 헐렁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