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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Oct 15. 2019

가을도 낡아진다

기억이 옅어지는 것처럼 계절도 차분하게 옅어진다.

시간이 오래되면 기억도 계절도 모든 것이 조금은 바래진 색을 띠기 마련이다.

조금은 낡은 색안경을 낀 것처럼, 기억 속의 화면들은 한 톤이 옅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바래진다는 가사가 있다.

기억은 옅어지지만 흑백이 되지는 않는다. 시간의 낡음 때문이다. 낡아지지만 흑백은 아닌.


해다마 맞이하는 새로운 계절도 오래된 계절이 되는 때가 올까.

낡게 맞이한 계절은 더 옅게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옅어진 계절은 세월의 차분함을 선물로 준다.

옅은 미소로 창 밖을 보면서 차분해지는 가을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 나이.



어느덧 나는 네 번째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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