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십일월 Dec 28. 2019

내가 아닌 너를 기억하는 시간

너를 기억하는 게 숨 쉬듯 자연스러울 때

모든 것은 내 중심의 삶이었다.

나는 나를 너무 잘 기억했다. 혼자인 나도 기억하고 나와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기억하기도 했다. 나는 나를 왜곡해서 기억하기도 했다.


혼자의 시간을 만났다.

나에 대해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기억하는 시간이 있었다. 너와 함께한 나를 기억하는 것이 아닌, 나와 함께한 너를 기억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너를 왜곡해서 기억하기도 했다. 마치 나를 왜곡했던 것처럼. 나보다 너를 더 많이 기억했던 적이 있다. 너를 기억하는 게 숨 쉬듯 자연스러운 때가 있었다. 너를 그렇게 많이 기억하는 순간은 이별 후 혼자의 시간에 놓였을 때였다.


혼자가 돼서야 비로소 너를 기억했다

너를 온전히 기억하던 시간들이 내게 왔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를 알게 되었다. 얼마나 너를 사랑했는지가 아닌 얼마나 너를 왜곡했는지를 말이다.


너를 기억하는 시간에는 이름이 없었다.

이름이 없던 그 시간에 네가 있었다. 너를 기억하는 시간에 나는 없었다. 나에 대해 눈을 감아야 네가 보인다는 것을 이름이 없는 시간이 되어야 알게 되었다. 나는 너를 떠났지만 기억하는 시간 속에서 너를 만나고 있었다. 이름이 없는 시간을 조금 오래 가지고 있다가 나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추억이었다.



내게 추억이 남겨졌다.

창밖의 겨울바람 소리가 밤의 시간을 불러왔을 때 따스한 등으로 추억을 밝혔다가 이내 시간의 눈을 감겨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렵지 않은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