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서로에게 쉬운 것도 아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관계가 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관계는 서로에게 어렵지 않으나 쉽지도 않은 사이이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말이 되기도 한다.
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관계는 하나로 충분하다. 그리고 이런 사이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상당한 축복이라고 여긴다.
꽤 오랫동안 나는 관계의 서툼 속에서 살아왔다. 서툼으로 인해 일방적인 관계나 수동적인 관계 혹은 피상적인 관계를 무한 반복하고는 했다. 서툰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관계에 대한 어설픈 기대와 사람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서툼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현실은 그런 것이다. 현실은 서투른 모습이 삶의 모습이 되도록 바꾸는 힘이 있다. 서툴기 때문에 관계는 어려워진다. 반대로 관계를 쉽게 대하면서 사람의 마음이 망가지기도 한다. 현실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강제적이지만 자연스럽게 상대를 받아들이게 하기도 한다.
물에 대한 갈증처럼 관계에 대해서 사람은 끊임없이 목이 마르다.
어렵지 않은 사이지만 쉽지도 않은 사이,
너무 촉촉하지 않으면서 드라이한 사이,
물컹거리지 않지만 적당히 말랑한 사이,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되기를,
꽤 오랫동안 적당하길,
희망해 본다.
'나 그대에게'
-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나 그대에게
아름다운 이름이고 싶네
차가운 바람 속에 그대 서 있을 때라도
그대 마음 따뜻하게 채워드릴 수 있는
그대의 사람이 되고 싶네
우리 서로에게 어려운 사람이길
바라지 않는 까닭에
그대 말하지 않는 부분의 아픔까지도
따뜻이 안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
그대 잠드는 마지막 순간이나
그대 눈을 뜨는 시간 맨 처음에
문득 그대가 부르는 이름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우리 서로의 가슴 안에
가장 편안하고 진실한 이름이 되어
변하지 않는 진실로
그대 곁에 머물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