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켜져 있었다
그 사람만 보이는 때가 있다. 누구를 만나도 누구와 이야기를 해도 그 사람만 보이고 그 사람만 들린다.
색이 없는 길을 걷다가도 소리 없는 길을 걷다가도 그 사람이 보이면 선명한 TV를 켠 것처럼 소리와 색이 살아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몽글한 무엇인가가 나를 숨 막히게 하기도 하고 숨을 쉬게도 한다. 신비로운 일이었다.
사람들의 수많은 웃음과 화냄과 슬픔 가운데 그 사람의 미소와 고통이 보였다. 하나의 빛처럼 말이다.
살을 에는 듯한 겨울의 바람은 해마다 불었고 질식할 것 같은 무더위가 뇌를 녹이는 일도 반복되었다. 그 사람이 보이면 겨울의 바람은 청량해졌고, 모든 게 녹아내릴 것 같던 더위는 열정으로 찬란해졌다. 기이한 현상이었다.
삶의 눈은 언제나 하나의 빛을 쫓는다. 하나의 빛이 꺼지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른 하나의 빛이 켜지면 다시 눈을 뜨게 된다. 그렇게 삶의 시야는 새로운 빛으로 이어진다. 언제나 빛을 따라가길 바라며 빛이 꺼지지 않기를 망망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