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이와 얼렁뚱땅 소통해보기
동물의 표정을 읽어보려고 했던 적이 있는가.
구조한 분에게 솜이 지내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명 표정이 너무 밝아졌다며 기뻐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정적 입양 당사자인 나는 솜이 얼굴이나 표정을 살필 겨를도이 없다. 매일 대용량의 응가와 한강 같은 쉬야 전쟁을 치르는 게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책의 시간
자주 하지도 않는 산책을 기상과 동시에 비닐 봉다리 하나 주섬주섬 챙겨 눈을 비비고 나가서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보니 없던 애정도 생긴다. 이런 곳이 있었나.. 화단 관리가 잘 되어 있네.. 등등.. 아침 산책을 하는 내내 나는 비몽사몽이다. 솜이도 그런 걸까. 일단 이끌리는대로 산책을 하고 돌아 오면 목이 마르다 꼬리로 나의 허벅지를 매우 친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물을 받아 주면 어푸푸푸 들이킨다. 사람처럼. 그렇게 물을 마시는 동안에 아침 준비를 한다. 아침인데도 솜이의 흥분도는 매우 높다.
밥의 시간
사료에 영양을 섞은 캔을 조금 섞어서 알약과 가루약 두 종류를 살짝 배합하여 주면 먹는 동안 옆에서 기다려 준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먹는 동안 내가 자리를 뜨면 불안해하기 때문에 먹는 동안 주변에 앉아 바라봐 준다. 정말 솜이는 밥을 먹을 때면 크레이지의 정도가 최고치에 달하는 것 같다. 그 때 쉐킷쉐킷하는 꼬리에 맞아보면 아프다. 마구 내 발을 밟으면 아프다. 그렇게 더 먹고 싶다고 흥분한 솜이를 데리고 친밀감을 만들기 위해 20여 분간 쓰다듬고 말도 걸어 준다. 절대 차분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출근 전 아침 시간은 솜이 차지가 되었다. 반대로 퇴근 즈음이면 솜이가 집에 응가와 한강을 어디에 만들어 놨을까.. 엉덩이를 들썩이며 퇴근 눈치를 살피게 된다. 내가 정말 변해간다..
응가의 시간
퇴근하자마자 산책을 나선다.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외로이 답답했을 거 같고 화장실도 참았을 거 같아서이다. 모든 게 아직 소통이 되지 않고 동물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추측이지만 비교적 맞는 것도 같다.
운동을 해야 하니 평소 잘 뛰지도 않는데 솜이가 신나서 뛰는지는 모르지만 뛰기 시작하면 같이 뛰어준다. 그래서 요새 아프지도 않던 허벅지가 다 아프다. 응가는 또 어떤가. 조카 똥과는 사뭇 다른 대용량의 응가는 냄새 또한 대단하다. 그것을 비닐로 치우기란 남감했지만 지금은 변의 무르기와 색과 용량을 체크해가며 후처리를 해낸다.
그렇게 저녁 산책을 다녀오면 다시 물과 식사를 챙겨 주고 어지러운 방과 거실을 1차로 대충 청소해 주고 나면 저녁이 늦어진다. 느지막이 혼자 저녁을 먹으려 하면 열심히 솜이가 달려든다. 먹고 싶은가 보다. 식탁 위 모든 것이 궁금한 눈치다.
야근의 시간
어떻게 길들이고 훈련시켜야 하는지. 그동안 개통령 강형욱 훈련서님의 보듬 tv와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세나개) 애청자였는데도 현실은 다르다. 다시 훈련 영상을 찾아본다. 틈틈이 솜이한테 필요한 물품들을 인터넷으로 찾다 보면 이건 저녁 야근이 따로 없다.
표정 살피기
이렇게 하루를 보내기에 바쁘다 보니 정작 솜이의 표정을 읽을 틈이 없었다. 솜이는 원래 얼굴이 순딩이 같은 거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주변 분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정말 표정이 밝은가? 하고 들여다봐도..
음. 원래 이 표정, 이 얼굴 같다.
아. 표정이고 뭐고간에
솜이 하나로 나의 생활은 온데간데 없고
나의 하루가 너무 빡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