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사업의 미래

코로나로 인해 생각해 보는 사업가들의 미래

by 십일월

금융 분야의 나이가 지긋한 사장님을 만나 점심을 함께 했다. 그분은 오랜 직장생활 동안 여러 업적과 연구들을 쌓고 두어 번의 모험 끝에 지금의 회사를 운영하신다. 면면히 그 분야의 깊이와 너비를 알 수는 없지만 일부 대화 중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업의 고독함과 번민은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나도 작년 후반기부터 사업의 본질과 사업을 잘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호황기에 접어든 산업을 테마로 사업을 하면 큰 고민 없이 시류를 타면 어느정도의(?) 평타는 가능하다.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사업의 본질이니 등은 그다지 고민할 시간이 없기도 하다. 그러나 불황과 나라 자체의 불경기일 경우 고민이 많아진다. 나 역시도 그랬다.


많았던 고민을 정리하면서 방향을 전면 수정했는데 사업의 전환을 실행한 게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발생했다. 코로나를 겪기 전 사업의 방향을 전환 하면서 그리고 연달아 코로나를 겪으면서 미래의 사업가들은 어떻게 사업을 할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미래의 사업보다 사업의 미래


몇 번을 창업하고 몇 번을 말아먹었다는 식의 카운팅이 어려운 나의 창업기는 수난 연대기에 가깝다. 아마도 창업에도 잘하는 상위 10%가 존재하고 나머지는 창업 생태계에서 풍랑을 겪는 건 불변의 법칙인가보다. 대학 때 스린이(스타트업 어린이)로 창업 동아리를 만들어 보고 선배들과 창업해보면서 회사는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지금으로써는 위험한 생각-을 했던 게 나중에 창업이 뛰어드는 데 일조했다.


우연찮게(?) 2012년 스타트업에 합류했다가 회사를 넘겨받았다. 당시에 스타트업 주요 구성원들이 그 회사의 아이템을 미래의 사업이라고 했다. 당시 나는 미래의 아이템이나 미래의 사업이 무엇인지 몰랐다. 스타트업이 뭔지 몰랐다.


대학 창업과 12년도에 접했던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성장 중심의 스타트업의 자본 논리를 몰랐기 때문에 많이 헤맸다. 헤매는 와중에도 열심히 했던 결과는 아주 수포로 돌아가지 않고 아픈 경험으로 토스에 흡수되었다.


빠른 성장의 스타트업 표본을 보여주는 토스의 경험은 아직까지 나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대형 스타트업 자본 구조로 시작한 데일리금융그룹 역시 스타트업의 핵심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세 종류의 스타트업에서 미래의 아이템과 미래 지향의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다시 창업의 문을 두드릴 때 내가 미래의 사업을 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에 제품을 만들고 투자를 받는 등의 의사결정은 하지 않았다. 이것이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지만 사업을 쉽게 포기하거나 망하게 놔두지 않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과거 여러 가지의 경험들을 꺼내 쓰는 노하우도 생겨서 그런지 지금의 회사는 컨설팅으로 시작해서 엑셀러레이팅과 투자로 영역을 연결시켜 가고 있다. 사업적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목적이다. 멋진 제품은 아직 없지만 그보다 경험이 성장시키는 단계들을 찬찬히 가고자 하는 생각이 더 크다.




위기를 통해 바꾼 것들


먼저 시행착오를 반추하고 점검하지 않던 습관을 바꾸었다. 지금 버전은 실패했지만 다음 버전으로 도전하면 된다는 막무가내 긍정론과 바쁘다는 핑계 였다. 시행착오를 반추하고 되짚어 보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자만에 가깝다. 너무 사소한 것들까지 되짚어 보면 속도에서 뒤처질 수 있다. 지금은 적절하게 속도 조절을 하면서 간간히 여러가지들을 점검한다.


미뤘던 자본과 현금 흐름 관리를 직접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자금이 있고 매출이 발생하면 현금흐름은 나중에 정리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직장인으로 회계와 재무 담당팀에게 의존해 오던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던 경우이다. 그러나 지금은 직접 본다. 고정비를 줄이는 노력도 하고 고정비의 유연성과 효율성도 많이 본다. 이것은 생존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그리고 인건비 비율을 꽤 살핀다. 인력을 아끼지 않는 스타트업 문화에 익숙했기 때문에 인력에 대해서 무척 관대했었다. 그러나 일반 사업에서는 이것이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지금은 현실적인 인력만 유지한다.


파트너십에 대한 레버리지 관리를 한다. 몇 가지 컨설팅과 엑셀러레이팅 경험으로 회사들의 사업 모델과 사업 구조를 이해하면서 회사의 레버리지 역량을 중요하게 여긴다. 작은 회사는 좋은 전략으로 큰 회사와 레버리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을 위한 대외적인 협력 관계의 파트너십 외에도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을 파트너십으로 여긴다. 예전에는 조직 구성원들이 회사를 학교처럼 여기고 뭐든 연구하고 실험을 하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졌다. 기존 스타트업들과 구글에서도 경험했던 기업 문화라 이를 너무나 당연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작은 회사던 스타트업이던 자본 시장에서의 회사라눈 것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업무 프로페셔널을 고용해야 한다. 이 프로페셔널들은 내부의 중요한 파트너들이다. 이들의 회사를 크게 지탱하기 때문에 지금은 해당 분야의 무경험자 신입사원, 인턴에 투자하지 않는다. 또한 능력과 기술보다 무책임한 사람을 비선호 한다.




사업의 미래


지금은 미래의 사업보다는 사업의 미래에 대해서 적응과 대응을 어떻게 해 나갈지 고민을 한다. 사업의 미래에 대해 내린 마음가짐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직접 부딪혀 업계를 경험해 볼 수도 있지만 모니터링을 하면서 다른 회사들의 시행착오를 수집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둘째는 투자 중심의 성장보다는 매출과 이윤을 통한 성장이 어떤 위기에서도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고 여긴다. 셋째는 직접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공급할 수도 있지만 제품을 시장에 공급할 곳들을 파트너십으로 연결하는 데에 더 집중한다. 넷째는 미래의 사업이 아닌 사업의 미래는 규모에 상관없이 사업 자체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여긴다.



예기치 못한 일은 어쩌면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모른 척했을 뿐이다.

미래의 사업보다 사업의 미래를 생각해 볼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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