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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Jul 14. 2020

사이코지만 괜찮아

종편 드라마 후기 4

종편 드라마 후기

김수현의 복귀작이자 영화 '구해줘'의 여주였던 서예지가 등장하는 예고편을 보면서 관심을 가졌던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예고편에서부터 비현실적인 주인공들의 외모에 두근거렸는데 드라마 본방 이후에 이들의 연기력을 보면서 더욱 몰입 중이다. 


시나리오를 쓴 조용 작가의 메시지 '상처입은 사람들로부터의 따뜻함을 전함'를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공감하게 되어 감동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적어 본다. 




완벽한 인생에도 상처는 있다


감정이 있는 인간이라면 상처를 받고 상처를 준다. 상처가 아물어 가는 과정에서 안에서 곪아 터지기도 하고 흉터가 흉하게 남기도 하며 상처에 새살이 돋으면서 굳은살처럼 단단해지기도 한다. 약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을 정도로 상처 앞에서 모든 이는 평등하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어릴 적 완벽하리라 여긴 부모조차 내가 나이 들고 성장하면서 당신들을 인간으로 받아들이고 상처도 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사회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 중 우수하고 멋진 자리에 있는 분들도 오랜 기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문장 속에 숨겨진 인생의 수 많은 상처의 흔적들을 읽게 된다. 완벽한 인생이란 어쩌면 여기저기 상처의 흔적들 아물고 새살이 돋은 흔적들이 많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동학대가 짐작되는 고문영 아동 문학 작가



모자란 인생에도 상처는 있다


우리는 우성과 열성을 가르는 습관이 있다. 사회적 성공과 성취로 분류를 하게끔 눈치를 받아 왔거나 배워왔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모자라다는 것은 실패와 낙오자의 모습으로 간주되어 누구도 그와 인간관계를 맺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모자란 부분은 감추는 법을 배운다. 공통의 사회화라는 탈을 쓰고 획일화된 인류를 자꾸 분열시키는 어떤 존재가 있는 것 같다.


모자라거나 부족하다는 게 열성을 의미할 수 없다. 범용적 테두리를 외의 모습들을 열성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범용 테투리로만 사람을 보려고 하기 때문에 보는 모습에 담긴 편견이 상대의 진짜 장점을 보지 못하게 한다. 김수현 (강태 분)의 형인 상태는 자폐증이다. 상태는 범용적 테두리 밖의 사람이지만 드라마에서 자폐인의 장점을 부각해 준다. 상태의 인생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아파한다.




사람을 아프게 하는 상처


상처를 받을 때 아픔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아픔을 낫게 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닌 삶에 단단해지기 위해서이다. 상처 때문에 아픔이 반복되기도 하고 잊히기도 한다. 단단해지지 못할 경우 상처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고문영 작가는 감정이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낮에는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살다가 밤이면 악몽과 눈물로 고통스러워하면서 아침을 맞는 장면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매일 밤 마음의 시간이 돌아오면 진짜 상처를 느끼고 아파한다. 상처를 낫게 하기보다 아픔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고, 아픔을 무시해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상처는 아프다. 아픈 것을 느껴야 하고 낫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찾은 방법으로 스스로를 치료해야 한다. 그것이 고통스러운 마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보내게 하기 때문이다. 아픔을 너무 오래 묻어 뒀다면 사건들이 필요할 수도 있다. 드라마에는 그런 에피소드들이 계속 등장한다. 강태, 문영 작가 둘은 서로 묻어 뒀던 상처를 차곡차곡 열어가고 강제로 잊혔던 아픔을 꺼내간다.




상처를 보듬는 일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푸근해지고 위로가 되는 것은 예상되는 결말이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문영 작가와 강태는 어릴 때 상처로 인해 삶의 상처들도 덧붙여진 사람들이다. 서로 그런 모습을 이해해 나가면서 서로 공감하여도 다독이는 모습이 그려진다.

 

상처를 보듬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세상을 편견 없이 바로 보게 하는 힘을 길러 삶을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보면서 나도 어느새 숨겨 놓은 상처들을 꺼내 본다.


서로를 마주보는 일, 자신을 마주하는 일


어쩌면 상대를 마주보는 일은 상대의 상처를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과정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마주보고 사랑한다는 일은 참으로 따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처는 또 다른 의미의 성장통


상처는 성장을 위한 도전의 흔적들이다. 내가 누군과 부대끼면서 모난 곳이 다듬어지기도 하고 갈아지기도 하고, 모난 곳이 어쩌면 어 좋은 모양으로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형상이 완성되어가면서 아플 수 밖에 없다. 성장통에는 상처가 뒤따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상처를 피하지 말고 흉터를 덮어두지 말고 받아 들이고 치료하고 아물면서 성장하는 것은 어떨까.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이렇게 또 깨닫는 게 있다. 

좋은 시나리오가 또 드라마로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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