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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Dec 08. 2020

[트렌드] 집안으로 집밖을 들이다

코로나 2.5단계 혹은 예정되어 있던 트렌드(?)

싱글족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질 무렵 집 밖의 취미를 집안으로 하는 동영상이 증가했다. 혼밥 혼술 홈트... 그렇게 몇 년. 홈루덴스족은 코로나를 만났고 집을 사랑하는(?)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 폭증한다. 집 중심의 문화가 원래 오려던 진짜 트렌드였는지 아니면 환경에 의한 강제적으로 트렌드가 된 건지는 모르겠다.


강제 여부를 떠나서 집 밖의 것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게 트렌드가 된 것은 지금의 현상이고 사실이다. 그리고 나도 트렌드에 자의반 타의반 열심히 동참하고 있다. 나도 만나는 일을 집에서 하고 뭔가를 집에서 하고 뭔가를 집으로 들이고 있다. 완벽하게 취미. 활동. 만남. 삶은 모두 집안으로 들어온 것일까. 나만 펀더멘털한 그 무엇이 크게 바뀌었다고 느끼는 것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시간들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일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주말도 그런 편이었기 때문에 외부 미팅과 외부에서 일하기 좋은 집 밖의 공간을 좋아했다. 집에 있으면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직주근접이 아닌 직주합체가 생활이 되면서 외부에서 소비되던 시간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공간만 바뀌었고 하는 것은 같은데 라이프스타일과 생활방식, 사고방식도 크게 바뀌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나는 올해는 크리스마스를 잊고 지냈다. 어제 엄마가 오셔서 크리스마스 데코를 마치고 전구가 남았다며 화분에 널어 주고 가셨다. 묘한 기분에 전구멍(불멍)을 했다. 꼭 캠핑 가서 장작으로 불을 피워야 불멍인가. 늦은 야근 후 한당을 건너면 보이던 서울의 야경. 아름다운 불빛애 멍 때리며 퇴근을 했던 것도 불멍이었다. 이미 해 오던 불멍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반려 동물이 생겼고 대충 때우던 식사 대신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요리를 한다. 동영상을 편집해서 올려본다. 나의 행동들을 기록하고 어딘가 올려 보는 것은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랜선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랜선. 랜선 집들이 랜선 만남 랜선 여행... 화면으로 가보고 경험하고 만나고 이야기한다. 그것을 위한 소비가 일어난다. 소비 행태와 패턴, 물품들이 달라진다. 생활과 삶의 겉모양이 바뀌고 소통 방식이 바뀐다. 사고가 바뀌고 관습이 바뀐다. 기술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변화를 열심히 뒷받침해 주고 있다. 더 많이 내재화되는데 집 안으로 들어온 외부의 것들을 위해 사람들은 더 많이 아웃소싱 한다. 더 많은 랜선 연결이 일어나고 전과는 다른 문화가 생긴다.


천재지변 같은 환경의 급작스러운 변화로 파생되는 다양한 면면들이 그대로 새로운 관습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일시적 현상으로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22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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