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을 다루는 실무 강의보다는 케이스 스터디가 좋다
서른 살 즈음 첫 강의는 중소기업이 해외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소기업이라도 해외 시장 개척은 승부가 가능한 지점이 존대한다는 생각에 중소기업 사장님들에게 나름 열과 성의를 다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 일반 브랜드의 퍼포먼스 마케팅을 할 기회가 있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쌓아온 브랜드의 유명세와 온라인을 통해 얻게 되는 데이터와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 전통 브랜드의 디지털 대응과 적응이 느린 틈을 타서 작은 혹은 신규 브랜드의 디지털 유명세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100여 년 된 브랜드와 1년 된 브랜드가 디지털 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은 지금 돌이켜봐도 매우 흥미롭다.
전통 브랜드의 기존 고객을 디지털 상으로 유입시키거나 온라인과 디지털 상에서의 신규 고객을 해당 브랜드로 유입시키는 일은 녹록치 않은 점들이 있었다. 방금 만들어진 온라인 혹은 디지털 브랜드가 오히려 쉽게 적응해 가는 것을 보면서 지금은 많이들 이야기하는 디지털 경쟁력(브랜드)이었던 것 같다.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신생 브랜드(제품)를 온라인과 디지털스러운 방법들을 가지고 모객을 시험해 볼 기회가 생겼다. 모기업의 의사결정권자의 컨펌 없이 나 스스로의 자체적인 시도와 실험을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당시에 시도했던 것은 스타트업 자체를 가상의 인물로 만들고 소셜 미디어로 소통을 하면서 퍼소나는 고객과 함께 만들어 보는 일이었다.
제품 출시 전이었지만 파급력은 컸던 이 전략은 마케팅 용어로 티저 마케팅, 티징이라고 한다. 티징 전략의 방법으로 내세운 건 '디지털 의인화'였다. 가상의 인물을 통해 제품을 궁금하게 하고 디지털 소통에 특화된 퍼소나를 만들어 내면서 모객 이외에도 가상 인물에 대한 호감을 넘어서 팬덤까지 생겼다. 이런 실험을 통해 미래에 다가올 인플루언서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었다. 조금은 다르지만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만들어 내는 팬덤 형성과 덕후 문화에 필수적인 세계관 구축, 판타지 설계 등에 대해 간접 체험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디지털 의인화' 방법은 이후에 간편 송금 '토스'팀에 합류하면서 서비스 마케팅에 그대로 전이시켰던 요소이다. 토스가 초기에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해당 방법과 더불어 성과를 극대화하는 '마케팅 운영'이 숨겨진 요인이다. 전략은 누구나 힌트를 얻어서 비슷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장-단기적으로 팀원들이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깨닫게 하고 마케팅 팀원 개개인마다의 대내외적으로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게 하는 자세를 훈련시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마케팅 운영 시스템이기도 하고. 전문적인 용어로 '기업의 마케팅 환경 구축'이라고 할까.
토스의 성과를 만들어 낸 방법으로 옐로모바일 산하의 옐로 금융그룹(데일리 금융그룹)의 서비스 총괄을 하면서 이런 경험을 다시 입증해 볼 기회가 주어졌다. 토스팀과 다른 점은 회사의 제품은 스타트업의 것인데 의사결정 구조와 비용 지원 등이 대기업 구조를 가졌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법이 효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강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내가 강의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관리자급 이상의 사람들이다. 자잘한 실행방법은 툴을 다루는 경험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그러나 긴 호흡으로 회사와 제품을 성장시키려면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마케팅 강의를 하고자 할 때 중간 관리자급 이상에게 필요한 마케팅 툴 이상의 내용들이다. 의외로 강의들을 살펴보면 그 부분이 비어 있다. 필요가 없다기보다 눈 앞의 결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