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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Jan 02. 2021

안녕2020 안녕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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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연시를 맞이한다. 기억나는 최근 몇 년을 떠올려 보니 소시민적인 가족사가 사뭇 감동이다.

매년 반복되지만 매번 새로운 게 삶인가 짚어보며 다시 일년 후 21년 연말을 기대해 본다.



2020 광화문 


코로나로 인해 모든 연말 일몰일출 새해맞이 행사 금지로 거리는 한산했다. 해마다 맑게 추운 날은 여전했고. 랜선 타종 영상에서 불 밝혀진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등의 고고한 아름다움을 느끼며. 어두운 밤에도 하늘이 청아했고 달은 휘영청 밝았다.그래서인지 구름이 흘러가는 게 더욱 멋이 났다. 마지막 날에 둥근달이 우리 가족을 비추는데 새삼 잃어버린 꽤 오래전 송구영신의 밤이 떠올랐다.

턱까지 오는 삶에 부침에서 잊어버린 그리고 잃어버린 가족의 기도가 다시 돌아온걸까. 지난 10여 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르겠다. 올해는 코로나로 싱숭생숭했지만 다시 찾은 희망 때문인지 가족 모두가 모두의 건강을 걱정해주고 희망을 바랬다. 어느 때보다 부족해도 어느 때보다 충만했다.

이 또한 추억이 될 것이다.




2019 부산 


살아보겠다고 부산에 가서 헤메던 마지막 31일 밤이었다. 갈망하면 외로운 법이다. 소원을 빌어 갈망하는 것을 얻고자 일출에 기도를 하러 가야겠다 생각하다 늦게 잠이 들었다.


새해 첫날 새벽에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아저씨! 광안리 가주세요! 부산의 도로는 무척 막힌다. 그래도 빨리 달리고 달려 도착한 광안리 일대는 차가 밀렸다. 일출시간이 거의 다가오고 날이 밝아오는 게 보였다. 길에는 이미 인산인해.


아저씨! 여기서 내릴께요! 도중에 내려서 냅다 광안리 바닷가로 뛰었다. 꽤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엄마와 함께 기쁨의 해돋이에 환호성을.


그렇게 얼렁뚱땅 간신히 일출을 보고 나니, 아니 이게 왠 떡국인가. 부산시에서 일출 이벤트로 떡국을 무료로 나눠주는 줄이었다. 난생처음 바닷가 해가 선명하게 두둥 떠오르는 것을 본 것과 해변에서 떡국을 서서 먹은 일. 신기하게도 알 수 없는 기대와 출처 없는 기쁜 마음이 마음에 장전된 거 같았다.

아 이래서 해돋이를 보러 가는구나.



2018 하와이와 보신각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그래 달려보자 싶어서 냅다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12월)을 다녀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이하게 된 송년.


새해맞이 타종을 직접 들어보자. 마음을 먹고 명동의 한 카페에 10시부터 앉아 명동성당을 바라봤다. 자정을 기다리며 추억과 기억 소환해서 수다 삼매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 시간을 놓치다니.


덕분에 보신각 근처에는 엄청난 인파가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와 나는 가까이는 못 가고 청계천 끝자락에서 마지막 두 번의 종소리를 들었다. 모여든 인파와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청계천 루미나리에는 어찌 그렇게 아름답던지. 타종 직후 일대 흩어지는 사람들이 많아 전상적인 차량 운행 어려워 엄마와 나는 청계천에서 을지로 그리고 남대문까지 걸었다. 겨울밤은 춥다는 것을 깨달았던 추억이 있다.




2017 안산 


유난히 좌충우돌하고 여기저기서 치였던 작년.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함께 있었던 16년을 날리고자 산에 올라 일출 맞이 소원을 빌자.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양면으로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언제 구름이 걷힐지 모르는 내일에 일출이 먹먹하고 엄마의 지지와 위로가 큰 힘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짧게 돌이켜 보아도 

나의 인생에 엄마가 보내 준 지지가

얼마나 뭉클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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