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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Jan 05. 2021

세월 쌓는 엄마의 투정

‘ㅇㅇ 다 먹었니?’

‘... 음 그런 거 같아요’

‘ 이따 늬 집에 간다-‘


엄마는 톡으로 메시지를 던지며 엄마 세대 방식으로 사전 방문을 알린다. 오늘도 오시는 것을 보니 아빠하고 한바탕 하셨나? 그제사 미뤄둔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며 주말을 시작한다.


도착해서 이것저것 꺼내 놓는 엄마에게 ‘엄마는 참.. 나는 안 먹는 다니까..’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반찬을 꺼내며 잔소리가 가미된 설명 한 곡조. ‘너는 다른 사람 챙겨야 하니까 내 새끼 건강은 내가 챙겨야지 누가 챙겨주니’ 냉장고를 스캔하며 잘 먹고 사는지 살피신다. 그리고 다음에 가져올 걸 생각해 두신단다.


나는 궁시렁대며 옆에서 전기 포트에 물을 올리고 커피 내릴 준비와 달달구리를 찾는다. 곧 식탁에 앉아 아빠 뒷담화가 시작될테니까.


요새 별일 없는지 내 주변과 안부 챙기시고 집에 별 일 없는지 물어보면 그때 시작된다. ‘늬 아빠가 사람이니?’부터 ‘어찌 그걸 모를 수 있니?’ ‘그렇게 해 주면 좀 좋니?’ ‘자식이 최우선인데 늬 아빠는 자기가 최우선이야’ 등등.. 많이 듣던 이야기다.

나도 들으면서 추임새를 넣는다 ‘와 그건 너무 했네.’ 혹은 ‘엄마가 좀 참아야지 뭐 별 수 있어? 다룬 집도 그렇게 살더라’ 등등.


몇 년 전 아빠가 위암 4.5기 판정을 받고 아빠는 수술 안 받는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백방으로 병원도 알아보고 설득할 묘책도 세워 수술도 하고 1~2년 후에 병원에서 경과 좋다고 들었다. 엄마는 지금 병수발 4년 차에 접어든다.


그러나 아빠한테 지극정성인 엄마가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빠는 평생을 당신 성공에만 집착을 해서 가족을 바라본 적이 별로 없다. 평생 엄마는 가족을 위했고 아빠가 가족을 보게 하기 위해 헌신했다. 지금 우리 가족이 유지되는 이유는 엄마의 역할이 크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커왔기 때문에 아빠 뒷담화를 하는 엄마를 이해가 된다. 아직도 엄마는 좋은 일에 아빠가 빠지지 않게 하고 가족을 깨닫게 하시려고 한다. 포기했다고 하시지만 아직도 본능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든다.


뒷담화 마무리는 내가 한다.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디야. 아빠가 살아 있고 온 가족이 무탈히 지내는 게 행복이지’라고.

왜냐하면 수십 년을 엄마의 인내와 헌신으로 지켜 온 지금의 가족. 그 가족을 자식이 사랑한다는 것을 듣고 싶은 게 엄마의 본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해 못할 것들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가족은 복잡 미묘한 것이지만 세월이라는 것으로 깊은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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