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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Apr 11. 2021

나이 드는 부모와의 대화

저녁 늦게나 주말에도 편하게 지내던 동생이 얼마 전에 결혼을 했다. 주말에 물어볼 게 있어서 연락을 했더니, 시아버지 생신이라 시댁에 있다며 나중에 연락하겠단다. 주말인 어제 토요일, 부모님 집에 가서 밥 먹고 반나절 시간을 보낸 나는 일요일에는 내 할 일을 해야겠어서, 조카들이 부모님 집에 온다고 해도 안 간다고 하고 있던 참이었다.


주말에도 일을 하느냐고 처량해 보일 수도 있지만 문득 나의 싱글 라이프가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 이래서 비혼이 늘어나는 것인가 깨달았다. 독립해서 사는 비혼의 삶이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삶을 온전히 향유하는 것에서는 나쁘지 않다. 이런 형태의 삶은 남편과 자식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에게 눈길 가는 시간이 많다. 사회생활을 바삐 하다가 여유가 생기면 본능적으로 가족에게 회귀하기 때문이리라.


나이 든 부모와의 대화는 좋은 점이 많다. 결혼과 육아를 통해 느꼈을 부모의 삶도 있지만, 싱글로서 부모의 나이 듦은 또 다른 면을 보게 된다. 부모 각자의 인생과 삶에 대한 생각, 건강과 주름, 노화, 삶의 귀결, 가족.. 등 나의 부모도 나이가 들어 사는 노인의 삶이 처음이다. 나이 든 부모는 간혹 당신들의 부모가 걸어갔을 그 길을 돌이켜 본다고 했다. 나도 부모가 하는 것을 좀 일찍, 좀 더 적극적으로 할 뿐이다.


나이 들어가는 부모의 생각을 듣고 과거를 질문하는 방식의 대화를 통해 나의 30년 후를 그려 보는 시간을 무제한으로 가질 수 있다. 나의 부 모처람 나 역시 미래는 가보지 않았고 노화된 신체와 생각과 기능은 내가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와 부모 지인 분들의 삶을 보고 들으면서  현실적인 노후의 삶을 깊이 있게 보게 된다. 부모와 대화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현재 그리고 미래에 내 삶이 어때야 할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구태의연하게 부모가 걱정되고 부모를 부양하고 하는 등의 내용보다 인생이 더 길어졌고 생각보다 건강하기 때문에 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그리고 나이가 한참 들어서의 사람 관계는 또 어떻게 변하는지 등..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편해지고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나이가 들어보니, 그렇지 않았을 때 노년기 우울증이 오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부모도 그런 시간을 겪었고 극복해 가는 과정 끝에서 적응기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또 나의 부모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가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삶을 살아내고 계시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나의 부모를 보고 대화하면서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고 5년 후, 10년 후 차근차근 계획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게 되면 나이 든 삶이 내게 급작스럽게 다가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 부모의 시행착오를 통해 내 삶이 좀 더 나아지리라는 것에 감사를 느낀다. 부모와 대화를 하며 서로 친구처럼 선후배처럼 대화하고 느끼고 배우며 공감받는다. 부모를 관찰하고 공감하는 시간은 여러모로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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