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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Oct 17. 2021

기울어진 운동장

가장 많은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은 학교 운동장 밖에 없었다. 단지마다 또는 동네마다 놀이터가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이 공간이 많지 않던 시절에 운동장은 아이들에게 커다란 놀이터이자 마을의 공용 혹은 공공 공간으로써 자유로움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느낌이 있다.


운동장에는 봄과 가을이면 운동회라는 것이 열렸는데 선생님과 나의 친구들이 준비한 것들을 내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고 경험하는 장소였다. 운동장에는 운동을 하는 공간 외에도 다양한 장치가 숨겨진 무궁무진한 장소였을 것이다.


며칠 전에 한 라디오 방송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들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달리기를 하는 상상을 해봤다. 무조건 한쪽으로 쏠리는 결과.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표현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니.


태어난 환경은 다르지만 시간은 똑같이 주어진다. 어린 시절부터 성장기까지의 운동장을 사용하고 경험하지 어른이 되고 사회에 진입하면 운동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100년이 사람의 수명이라고 하면 운동장이 필요한 기간은 고작 15% 내외일 것이다. 이 15%의 구간에 설계된 사회적 장치. 우리는 그게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 수는 없다.



운동장은 편평해야 한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것에 비추어 보면 편평한 운동장을 경험한 사회의 미래는 훨씬 창의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미지의 것들을 해결하는 것은 인간의 창의와 다양성이고 그것은 암기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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