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십일월 Jun 24. 2022

해바라기가 시들 때

노오란 일편단심의 꽃

얼마 전에 길을 가다가 노오란 해바라기가 너무 싱싱해 보여 한다발을 샀다. 마침 하늘도 푸르고 창창한 햇빛에, 자기를 봐달라는 듯한 해바라기를 나도 모르게 손에 쥐고 왔다. 그날만큼은 태양 같던 해바라기를 집에 들여 놓으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일편단심의 해바라기를 집에 들여 놓으며 나만을 바라보는 듯한 노란 강렬함이 며칠간이나마 나를 밝아지게 했다. 그래서 빨리 시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틀에 한번씩 물을 갈아 주며 상태를 자주 확인했다. 


일주일이 된 오늘, 물을 갈아주려고 살펴 보니 잎사귀가 시들어 버린 게 많다. 얼른 물을 부수고 대를 살펴 보는데 생명력이 다한 것을 확인했다. 대를 일부 자르는 과정에 그 노오란 꽃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아직 꽃은 시들지 않았음에도 떨어지는 꽃잎에 내 마음도 떨어져 나간다.


대부분의 꽃들은 생명이 다하면 잎파리보다 꽆잎이 바래고 시들시들하다. 그런데 해바라기는 노오란 색 그대로 꽃잎이 떨어져 버리는 게 너무 해바라기답다. 일편단심의 할 일을 다하고 처음 모습 그대로 마지막을 보여주는 게 감동적이다. 

 

사람을 볼 때 보통 장점(능력)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없어지면 그 사람에게 남는 게 무엇일까.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보통 상대의 장점을 보고 의사 결정을 한다. 그런데 그게 없어졌을 때 과연 나는 그 사람과 계속 일을 할까. 계속 같이 일을 한다면 무엇 때문일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능력 이외에 다른 것들을 더 많이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일테다. 책에서 말하길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하는 건 어저면 일과 관련된 능력 이외의 영역을 말하는 것이다. 일 이외의 경험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트라우마 해소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