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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Jun 23. 2022

트라우마 해소하기

안 좋은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한다. 시간은 약일까. 상처의 치유까지도 시간이 해결해 줄까.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 작게든 크게든 외상후 스트레스 혹은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다. 아주 작은 충격이야 시간이 지나면 망각의 저편으로 자연스레 사라지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에는 그 휴우증이 반드시 따른다.


어릴 때 사람이 많은 바다에서 동생과 놀던 적이 있다. 파도에 이끌려 해안가 반대편으로 조금씩 이동하다 바다 웅덩이에 빠져 내 옆에 사람이 있는데도 갑자기 큰 두려움에 휩싸이면서 도와 달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바로 옆에 어른들이 있었음에도 내가 물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아직도 나는 가슴 정도 높이의 물에 들어가면 공포에 휩싸인다. 꾸준하게 수영을 배우려는 이유는 이런 물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큰 충격을 겪게 되면 시간이라는 약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는 요즘이다. 몇 년간의 큰 스트레스들을 겪을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고, 내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자만했다.


그러나 기억만 지워졌을 뿐이다. 아직도 어떤 특수한 상황 혹은 특정 인간 관계에 있어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패턴이 있다. 그리고 특별한 장소 또는 환경에서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나온다. 약간의 공황이 가끔 발생한다. 특수한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이상해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시점 이후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자각하게 되었다. 그 동안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게 더 신기하다.


수상 스포츠에 대한 즐거웠던 기억이 나에게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물놀이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해마다 커진다. 그게 몇년 전부터 물공포증을 극복하려는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수영을 배우면서 물공포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수영을 하고 결국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기대감도 키워간다.


이처럼 트라우마 역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트라우마를 꽁꽁 싸매두고 꺼내길 두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들여다 보고 어떻게 풀어 나갈지 도전해 보고 싶다. 그로 인해 성숙한 인간관계와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를 실현하는 게 지금 나의 삶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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