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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Jul 06. 2022

기다리는 일

기다리는 일.


우리는 사람을 기다리고, 사랑을 기다리고 운을 기다린다. 

이런 기다림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시간과 애정을 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거다.


'기다림'이라는 행위는 무엇인가 원하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람에 따라, 사랑에 따라, 운에 따라 바라고 원하는 것들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그리고 삶은 사는 것이라 여기지만 어쩌면 사는 것의 대부분은 기다림일지도 모르겠다.



기다림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기다림은 애달프고 어떤 기다림은 무심하기도 하고 또 어떤 기다림은 고단하기만 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기다림은 쓴맛이고, 쓴맛 때문에 기다림 이후가 달게 느껴지기도 한다.

기다림의 시간을 줄이려는 사람은  애가 탄다. 

안쓰럽다. 절절한 시간의 끝을 기대할수록 마음은 고단해진다.




짧은 기다림과 복잡한 기다림.


어릴 때 기다리는 일은 무척 짧고 단순했다. 

부모님이 돌아오시길 기다렸고, 주말 아침 텔레비전에서 만화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고, 영화 개봉일을 기다렸고, 음반 발매를 기다렸고, 친구와 만나기로 한 곳에서 기다렸고 어서 다음 학년이 되기를 기다렸고, 어른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기다림은 복잡해진다. 

기다려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고 더 나은 기다림은 없는지 대안을 고민하고 나서야 최선의 기다림을 선택한다. 기다릴지 말지. 기다림의 이전 과정에 시간과 공이 많아진다.


기다려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 내고, 열심히 노력한 일에 대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베팅할지 말지.. 운을 바라는 것에도 기다릴지 말지를 선택의 갈림길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다림은 복잡해진다.




기다림이 없는 삶.


인생에 대한 기대감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대개 희망이라는 등불로 자신의 인생에 기대감을 비춰가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이 인생의 어둠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하고.

어쩌면 기다리는 일은 낭만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어릴 때 그저 기다렸던 것처럼 오늘 하루만큼은 복잡하지 않게 기다려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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