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도 아닌 그렇다고 봄도 아닌 애매한 사이 계절인 요즈음. 강원도로 혼자 여행을 다녀 왔다.
가능한 사람을 마주치지 않아 보려고 했다. 애매한 계절이라 초라해진 산에는 조금은 사람들이 적게 오겠거니 예상을 했고 그렇게 조용조용히 며칠을 보냈다.
매일 아침 해가 뜰 즈음 그리고 저녁 즈음 해가 질 무렵 돌산을 마주했다.
신기하게도 아침 저녁으로 창밖에 보이는 돌산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다.
삶이 뭘까? 오글거리는 질문과
그동안 나는 시끄러운 곳에서 지내왔구나. 깨닫기도 하고.
그동안 진짜 삶의 모습을 몰랐을까. 의심도 되고.
해가 뜰 무렵에는 산 주변 하늘이 붉어지다가 돌산이 점차 자연의 색을 찾으면, 날이 밝아진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에 다시 산 주변은 노을로 하늘이 붉어지고 돌산이 점점 검어진다.
산이 완전한 검은 색이 되면 순식간에 약간 푸른 빛의 밤하늘이 보이면서 별이 뜬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저 돌산은 얼마나 긴 시간을 거쳐서 풍화되서 저렇게 된 것일까.
커다란 돌산 앞에서 하루의 시작 무렵과 끝 무렵의 약 삼십분은..
처음에는 그저 감탄만 했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게 했고.
그리고 보통스런 매일에 순응하게 했다.
일상으로 채워진 보통스러운 하루들의 연속.
그게 삶이구나 싶었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물 소리를 듣다 보면 목적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말 없는 자연이 말하는 뭔가의 힘이 매일을 보통스럽게 조용하고 한가롭게 살게 했다.
서울에서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 틈에서 막연한 외로움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내일과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출구 없는 두려움 때문인 것을 본다.
화려한 도시 사람들의 이면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에 둘러싸여 보고 듣고 살다보면 삶의 원래 모습, 원형은 잊혀지고 잃어 버리게 된다.
삶의 구간마다 의무감으로 살면서 다음 구간의 삶의 모습을 두려워 하고,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된다.
한가로이 산다는 것에 알 수 없는 부담감의 이유다.
매일만 생각하며 산다는 것에 알 수 없는 죄책감을 가지는 이유다.
삶이 아닌 계획을 사는 삶.
그런 삶의 구간 속에 진짜 삶이 있을리가 없다.
조용하게 그리고 한가로웠던 여행을 다녀오고.
보통의 매일을 쌓는 것은 참 매력 있다는 것을 느껴서..
잊을만하면 또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