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 내리던 어두운 비가 그치고
높은 하늘 가운데 새하얀 구름이 보이자
달은 더 크고 밝게 빛났다
눈동자가 깊어질수록 마음도 깊어지고
이야기가 낙엽처럼 쌓일수록
계절도 시간도 차곡히 쌓여갔다
진심일수록 현실에서 멀어지건만,
계절에는 우주가 돌아가는 원칙이 있다
사람의 욕심만으로는
이 계절에 가을을 수확할 수 없다
사랑은 달처럼 기울고 차오르고 한다
사랑이 현실이라는 걸 이번 가을이 되서야 알고
현실을 수확할 수 없었던 지난가을의 마음을
가만히 그 마음을 담아 그의 행복을 빌어준다
지난가을. 지난 시월의 하늘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