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눈이 한참 오던 성탄절 전야.
하필 감기가 걸려 그때부터 2주를 꼬박 앓았다. 혼자 덩그러니 침대에 누워 앓다 보니, 새벽녘 창밖으로 보이는 희미하고도 아름다운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바라보며 간헐적으로 내 기침 소리를 듣는데, 어찌나 고요하고 아름다운 새벽이던지.
실버벨이라는 노래와 함께 떠오른 성냥팔이 소녀의 기침 소리가 자동으로 연상되었다. 고요한 새벽에 외로운 기침소리가 올리면서 나의 상상력이 동했다. 슬픈 동화 내용이긴 하지만 그런 장면이 떠오른 것에 내심 기쁘기도 했다. 앓는 와중에 동화를 잊지 않고 떠올려 주는 나의 우뇌가 기특하고.
겨울이면 더 추워지고 더 건조해져서 눈물도 마를 거 같은데 우뇌는 그런 건조한 추위에서 나를 건져 올린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우뇌일 것이라서 사후에 우뇌만 간직하는 것이 뇌에는 좋은 보상이 될지 모르겠다.
기침은 외로웠지만 그 순간이 잦아들고 다시 평온함을 덮고 잠을 청하고. 아침이 되기 전에 고요한 몇 번의 새벽달을 보고.
가족의 따스함은 내게 도파민을 부여하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스러워서 내 안의 평온함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과업 중 하나이다.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사랑과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가장 큰 아픔과 절망을 주기도 한다. 그것이 부모일 수도 형제일 수도 연인일 수도 반려자일수도.
홀로 온전하게 평온함을 만들어 내는 것이 또 하나의 내적 성장일 수도 있겠다.
외로움보다 어울림을
조용함보다 고요함을
생각보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나씩 세상으로 걸어 들어가고 또 사람으로 물들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