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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Jan 11. 2024

꽃 피는 봄이 오면


꽃피는 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다 보면

때로는 지치고 슬프고 원망할 때도 있는데,  

기다리는 그 시간.시간 모두

내 생의 봄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해.





시리게 추워야지 꽃은 선명해진다.

뿌리가 깊어지려면 숨 막히게 덥고

눈물 같은 비에 잠겨야 하고.

그런가 보다.


인생의 겨울.

가야 할 곳이 어디지 모를 때가 있었고, 세상이 나를 할퀴고 생채가 많이 나고 그대로 마음은 얼어버리고 사막이 되었다.



겨울이 오기 전.

그때. 내가 나를 사랑했던 기억은 희미하다. 잊혀질까 조심스럽게 한번씩 기억해내고는 한다. 그때의 마음이 그립고, 그 시절이 그립다



그럴 수 있을까.

그때처럼 다시 나를 사랑하게 될까. 언젠가 한 번은 그때의 마음처럼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겨울처럼 모질었던 삶이 지금 돌이켜 보면 그래도 그때가 눈부셨다는 걸. 이제야 기억해 낸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는 그때를 그리워하고 기다릴 뿐이다. 긴 장마처럼 눅눅해진 나에게 기다리는 일은 일상이다. 기다리는 이에게 그리움은 매일 아침 해와 저녁의 해와 같다.  어제처럼 오늘도 달리 할 것이 없다.



눈부신 삶의 찰나들.

황폐했어도 눈부셨던 그 시간. 그 시절. 오늘도 나는 시간으로 눈을 가리고 귀를 닫고 그렇게 시간에 기대어 살아간다.

봄의 해가 더욱 빛나 보이는 건 그 때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채 지나기 때문이다.



동이 트기 전.

시절은 언제나 삶보다 짧다. 추억 속에 남겨진 시절들. 그때의 시간은 영원하다. 지나고 나서야 시절이 찰나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찰나여서 더 눈부시고 더 찬란했고.


오늘도 다시

해가 뜨고 하늘에 스며드는 달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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