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혹은 새로운 시작을 할 때 그 계절은 대부분 봄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봄이 아닌 다른 계절에서 출발하는 걸 좋아한다.
여름이나 가울 혹은 겨울에 시작하는 출발의 마음에는 봄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뭔가 여유로워서다.
출발할 때에 시작점이 언제인지 대부분은 정해 놓고 마음먹고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일 년이고 이년이고 어느 계절이고 간에, 무언가 지금인 것 같은 때에 출발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느낌이 오는 때가 있다.
때가 되면 출발을 하려는 (하게 되는) 그즈음에 오는 어떤 미묘한 느낌.
그것은 아마도 설레임과 기대함 그리고 미소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자연스러워지면 ‘아, 나는 지금 다시 출발할 때구나’ 눈을 감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책과 같다.
작은 목차들 사이 몇 개의 챕터(장)처럼 인생의 어떤 구역이 하나의 장으로 묶인다. 나에게 새 출발은 챕터가 넘어가는 삶의 묶음이다.
이번에는 늦여름 혹은 가을 즈음에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려는 것 같다.
긴가민가 하면서 넘겨질 장인지 계속 읽을 장인지 몰랐는데. 삶의 축이 그렇게 향하고 있구나 싶다.
지나간 것은 하나의 장(챕터)으로 넘겨질 것이라고 나뭇가지 초록의 잎들 사이로 반짝이며 내게 말하는 것을 보니.
구름에 가려진 타워를 보며,
가만히 미소 짓는 아침.
그리고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