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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Jun 08. 2019

소금의 맛

희다고 모든 것이 소금이 아니고 짜다고 모든 것이 소금은 아니다  

어릴 때에는 소금보다는 설탕이 맛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음식의 맛을 잡아주는 소금에 관심이 생겨났다.






'봉골레'와 소금


치즈 그라탕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치즈가 듬뿍 들어간 느끼한 음식류를 더 많이 찾던 어릴 때에서는 밍숭밍숭해 보이는 음식의 맛을 몰랐다.


어느날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을 갔다 한국으로 돌아온 선배가 파스타를 사준단다. 나는 여지없이 크림파스타. 선배는 왠 기름이 잔뜩 들어간 파스타를 맛있게 먹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그 모습은 왜 그렇게 우아해 보였나.

그 기름의 장체는 지금은 맛있다며 맨 입으로도 떠 먹는 올리브 오일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이름도 외우기 어렵던 봉골레와의 첫 만남이었다.



봉골레 맛을 여전히 잘 모르던 때, 미국에서 온 남자친구의 괘변(?)은 신기했다. 한국에는 봉골레를 잘 하는 집이 없는데 그 이유는 재료가 부실하기 때문이란다. 뻥이라고 생각했지만 덕분에 소개해 준 몇몇 집을 알게 되었고 나는 심봉사마냥 봉골레에 눈을 떴다.


각 요리집마다 들어가는 해산물도 조금씩 다르고 해감의 정도도 달랐다. 그러면서 나름(?) 아마추어스럽게 해산물을 평가하는 법도 익히게 되었다.

(아직도 그 집들이 살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집들에서 먹어 본 봉골레는 대부분 어김없이 기막혔다. 그 후로 몇 년간 이탈리아 음식점만 가면 주구장창 봉골레를 주문했다.

그 때만해도 봉골레 맛은 해산물 때문인 줄 알았다.

(물론 해산물이 중요하긴 하다.)





죽염과 소금


어느 날 아빠가 죽염을 사가지고 오셨다. 건강에 좋다는 이유 하나였다. 세번 구운 죽염, 아홉법 구운 죽염 두 종류였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났다.


우리는 소금을 맨 입으로 먹어 볼 일이 많지 않다. 죽염의 진가는 삶은 달걀을 먹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 삶은 달걀의 경우, 한 개 이상을 먹어 본 적이 없는 나는. 노른자의 뻑뻑함과 삶은 계란 특유의 향 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죽염을 찍어 먹으면서 그 맛과 뻑뻑함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면서 삶은 달걀의 숫자는 늘어갔다.



어느 날 티비네서 올리브 오일만 두른 파스타에 소금만 넣고 요리하는 유럽 가정집을 보여 주었다.

유심히 그 모습을 보다가 집에 있는 죽염을 넣고 올리브 오일 파스타를 해 보게 되는데 맛이 있어 놀랬다.


아마도 그 때부부터 소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죽염이 만들어 지는 원리를 읽어 보고 맨입으로도 먹고 모든 요리에 죽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홉번 구운 죽염은 나에게 많이 비싸서 ㅠㅠ

일반 죽염에 빠져들었다.

가공되지 않은 미네랄이나 기타 성분이 함유된 '소금'은 나트륨과 근본부터 달랐고, 이는 맛으로도 알 수 있었다.



죽통에서 몇번을 고온에 구워지면서 그 성질이 변하는지. 짜면서 단(?) 묘한 맛이 있다. 어떤 걸 찍어 먹어도 맛있다. 땅이나 바다 혹은 바위에서 채취한 천연 소금을 먹어 보면 짠 맛 외에도 다양한 풍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그냥 먹어도 맛있게 느껴질 때도 있다.








소금과 미각


소금이 땡기는 이유는 혈액에 일정량의 소금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의 피를 알칼리성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짜 소금은 인체의 그 성질을 유지시키지 못해 건강을 해친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일정량의 진짜 소금을 섭취 혹은 유지(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진짜 소금은 미각을 발달시킨다.

발달된 미각은 더욱 양질의 소금을 찾게 되고, 소금의 맛을 느끼기 위해 매우 간결한 음식을 찾게 된다.

왜 유명한 요리사들의 요리는 간결한지 알 것 같다.


유명 요리사의 음식에서 나름 맛있다는 집에서 소금이 하는 역할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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