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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Mar 11. 2023

새학기 시작하자마자 반배정을 다시 하는 학교

3월 10일 금요일.

학교 다녀온 이후로 푹푹 한숨과 짜증을 내는 초4둘째.

기 시작한 지 일주일.

이제 새로운 학년, 새로운 반에 적응해가나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학교에서 반배정을 다시 한단다.


기 시작하고 4학년 전체에 전학생이 9명이 왔다고 한다. 한 반 정원 규정보다 인원이 많아진 상황. 한 반 더 증설할 수밖에 없어서 반 배정을 다시 한단다.


반배정 결과가 금요일 하교하면서 나왔다. 아이는 친한 친구들과 반을 맞춰보았는데 모두 다른 반이 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집에 돌아와서 내가 하는 말이 깡그리... 무시되는 상황의 연속되었다.


- ♡♡야, 방 정리 좀 할까?

세 번을 말했건만...

목소리가 좀 높아지자 겨우겨우 했다.


- ♡♡야, 씻어야지.

역이 세 번 이상 말을 해야 했다.

거기에 돌아오는 답은 짜증.


결국 나는 아이를 불렀다.

- ♡♡빨리 이리 와! 마음에 준비하고!


아이는 다 씻고 나에게 왔다.

- 이리 와. 엄마 좀 안아줘. ♡♡ 오늘 기분 별로야?


"응. 반배정 다시 했는데 친한 친구들이랑 다 헤어졌어. 그리고 1반 선생님 무서워 보여. 지금 선생님은 20대 같고, 엄청 친절하단 말이야."


- 그랬구나. 속상하겠다.


"근데 난, 엄마가 나 혼낼 줄 알았는데."


- 뭐 때문에?


"내가 엄마가 말한 거 계속 미뤘잖아. 씻는 것도 늦게 씻으러 가고."


- 잘 알고 있네. ㅎㅎㅎ 엄마가 화 안 내고 말해도 이제 ♡♡ 다 알지?


"응. 미안해."


- 그래. 다음에는 해야 할 일 잘 챙겨서 해보자. 그리고 엄마 꼭 안아줘. 오늘 ♡♡가 엄마 안 안아줘서 서운했다 말이야. 계속 기분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어.


"아고~ 우리 ♡♡그랬어요." 둘째는 나를 어르며 안아준다.


솔직히 화가 나서 아이를 불렀다. 그러나 막상 아이 얼굴을 마주하고 보니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새학기에 다시 반배정까지 다시 한다니... 아이에게 주어진 예측불가한 상황이 아이를 불안하게 하고, 화를 나게 한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짜증이 나고 무기력해질 수 있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만 이런가. 다 큰 어른인 나도 종종 무기력이 찾아오는 걸.


한참 엄마 품에 안겨 종알종알거리던 ♡♡는

"엄마, 사랑해"하며 한결 부드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가 새학기를 적응을 잘 해나길 응원해 본다.



학교 측은 반 증설을 미리 할 수는 없었던 부분일까.

수요일 갑자기 반배정을 다시 하다는 안내를 받았을 때 몹시 당황스러웠다.


친구 엄마가 나에게 전화를 해 학교에 항의 전화를 넣으라고 했다. 자긴 지금 했다면서.


아이 친구엄마와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항의 전화를 하진 않았다.


항의하면 상황이 달라질까?

아이들과 학부모도 혼란스럽지만 선생님들 또한 혼란스러울 것이다. 거기에 보태고 싶지 않았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부족한 건 알지만 탓하고 얼굴을 불키고싶진 않았다.


아무쪼록 이번에 실수로 새학기에 반을 증설하고 반배정을 다시 하는 상황은 안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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