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리, 열린책들
만약 젬 오빠가 심지어 지금과 다르다면 내 삶이 어떻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빠가 내 존재, 내 도움, 내 충고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으신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빠는 내가 없으면 아마 단 하루도 살아가실 수 없을 겁니다. 캘퍼니아 아줌마도 내가 없다면 그럴 거고요. 그들에겐 모두 내가 필요했습니다.
내가 그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소홀하신 게 아냐.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다 사주시거든. 하지만 <이제 이것 갖고 나가서 놀아라>하는 식이지.
(...)
아니, 그분들은 소홀하시지 않아. 아침이면 <잘 잤니?>, 저녁이면 <잘 자!>, 어디 갈 때는 <잘 갔다 와> 하시면서 입맞춤과 포용을 퍼부어 주시거든. 그리고 사랑하다는 말도 잊지 않으시고......
출처 : 앵무새 죽이기, 하퍼리, 열린책들 (p.268)
스카웃과 딜의 대화
스카웃은 충분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있다 반면 딜은 가족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딜의 부모님이 딜에게 사랑한다고 말 하지만 딜에게 진심이 와닿지 않는다. "내가 그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정, 무언가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전해지지만 딜의 부모님들은 딜에게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자신들이 주는 것을 딜이 잘 가지고 놀길 바랄 뿐이다. 딜에겐 도움을 통한 존재 확인, 인정이 필요한 한 것 같다.
딜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의 도움의 손길을 어떻게 받이들이고 있지?'라고 물어보게 된다.
일이 바빠서 간식과 밥을 챙겨 주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초4, 초6 우리 딸들이 밥과 간식을 챙겨 먹는 게 제일 고맙고, 도움이 된다. 그래서 비록 불안하지만 아이들이 볶음밥을 해 먹고, 라면을 끓여 먹어도 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해준다.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바로 엄마 불러줘."라고 말을 할 뿐 나는 내 일에 집중을 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해 먹을 수 있도록 지켜본다. 그리고 "고마워. 엄마 바쁘다고 알아서 챙겨 먹어줘서."
그럼 어떤 날은 설거지까지 싹 해 놓는다. 특히 우리 둘째 초4. 스스로 요리를 하고 설거지하는 걸 꽤 즐기는 편이다.
아이들이 주도성을 가지고 무언가 해 나간다는 것. 이건 아이들에게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하면서 엄마를 도왔다는, 나는 꼭 필요하다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이런 상황으로 봤을 때, 아이들에게 '사랑해'라는 말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고마워'라는 말도 꼭 필요한 것 같다. 고마워는 '너의 존재로 인해 내가 도움을 받고 있어. 네가 꼭 필요해.'라는 말로 아이들에게 해석될 것 같다.
"우리 딸들 오늘도 학교 가서 다녀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특하고 잘했어. 건강함 그 자체가 엄마에겐 축복이야. 고마워. 너희들 존재자체가 엄마에겐 고마움이고 빛이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