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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Mar 14. 2023

엄마를 지키려 애쓴 나

앵무새 죽이기, 하퍼리

아빠는 자신이 관심 있는 이야기보다는 상대방이 관심을 갖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예의 바른 태도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커닝햄 아저씨는 자기 아들에 대해서는 눈곱만치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아저씨를 편하게 해 줄 마지막 노력으로 나는 다시 한번 한사상속 문제를 꺼냈습니다. <p.286>
그런데요, 아빠, 지금 전 커닝햄 아저씨에게 한사상속이 나쁜 거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하지만 아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죠. 때론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요. <p.287>
아빠가 집에 가지 않았다고 오빠를 야단치실 거라 생각했지만 내 추측은 빗나갔습니다. 가로등 아래를 지나가면서 아빠는 손을 뻗어 오빠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셨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아빠가 애정을 표현하시는 방법이었습니다. <p.289>

아빠를 지키려는 아이들의 모습. 아빠가 가라고 해도 버티는 잼. 아빠에 상대편에 서있는 어른들을 바라보면서 아는 얼굴이 없나 찾아보고, 아는 얼굴이 보이자 바로 아는 척을 시도하는 스카웃. 그리고 아빠의 조언을 떠올리며 상대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리고  커닝햄 아저씨가 관심을 갖질만 한 말을 꺼낸다.  한사상속 이야기를 통해 커닝햄 아저씨는 핀치 변호사(스카우트 아빠)의 도움을 받은 듯하다. 스카웃이 이야기를 들은 커닝햄 아저씨는 결국 스카웃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가 무리들과 집으로 돌아간다

 때론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요.


이 말이 핀치 변호사 반대편의 있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거 같다. 그들도 지금 자신들이 억지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단지 톰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는 이들. 흑인인 무조건 처벌받아야 된다는 인식. 이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나 스카웃의 말을 듣고 어른들은 조금이라도 낯이 뜨겁지 않았을까. 


스카웃의 재기 바랄 함. 어떻게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잼은 아빠가 가라는 말에도 버티고 서있었다. 뚝심. 자신의 생각을 지켜내는 힘.


이런 아이들을 혼내기보단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들의 사랑을 고맙다고 표현하는 핀치. 


이들 가정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사회적 정의가 느끼지는 것은 물론 서로 간의 신뢰와 애정도 느껴진다. 


부모님을 돕기 위해 내가 나선적은?


내가 고등학교 때인지 대학교 때 일인지... 시기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느 해 추석이었을 것이다.

명절 당일 차례를 지내고, 작은아버지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또 고모들이 한 차례 우리 집으로 몰려왔다. 우리 집은 큰집이었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당연한 듯 작은아버지를 배웅하고 나서 고모들을 맞이했다. 어린 시절 명절 때 외가댁에 간 일을 손에 꼽아야 한다.


엄마가 바쁘니 결국 그 밑에 자식은 언니와 나도 바쁠 수밖에 없었다. 크게 하는 것이 없다고 해도 잔심부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깐. 남자 어른들은 술을 드시며 날라다 주는 안주를 먹고 있었다. 

"부침개 떨어졌다. 부침개 좀 가지고 와라. 식혜도 좀 가지고 오고."

나는 나와서 심부름을 하고 있었고, 언니는 몸이 안 좋아서 방에 있었다. 그게 고모와 고모부들 눈에 못마땅했을까?

고모부는 쉬고 있는 언니를 불러냈고, 언니에게 조차 심부름을 시키려고 했다. 집이 넓어서 주방이 먼 거리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언니는 싫은 내색을 했고, 그것을 본 고모는 언니에게 뭐라고 했던 것 같다. 고집 있는 언니는 그 말을 들을 턱이 없었다. 결국 고모는 언성을 높였고, 그것을 본 엄마는 그냥 두면 안 되냐고 했다. 엄마도 종종 거리고 일을 하고 있었고, 나도 심부름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자기 남편들 음식 자기들이 챙겨다 주면 되는 거 아닌가? 꼭 방에 있는 조카를 불러다가 심부름을 시켜야만 할까. 


이 일은 알파만파 커졌다. 고모 셋을 똘똘 뭉쳐 엄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정말 기가 막혔다. 결국 엄마는 화가 나서 방에 들어가 누워다. 시간이 흐른 뒤, 고모들은 다시 엄마를 불렀다. 거의 엄마를 안방에서 끌어내다 싶어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분노를 터트렸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고모들이 할 말이 있으면 엄마한테 가서 말하면 되지! 왜 우리 엄마를 끌고 나오는 거예요?" 

언니랑 나는 고모들에게 따지듯 묻기 시작했고, 고모들은 기가 막혀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는 우리를 말리려고 했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때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보다 못한 아빠는 나를 끌어냈다. 


그리고 그 뒤부터 고모들과 왕래를 안 하고 살다가 아빠 환갑 때 어색한 만남을 한 번 했다. 그 뒤로 종종 고모들이 찾아오긴 하지만 그전에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기에 달갑지 않다. 아빠 또한 고모들을 탐탁해하지 않는다. 


암튼, 그날. 우리 아빠도 우리를 불러 야단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아빠에게 실망했다. 아빠가 미웠다.  엄마 하나 지켜주지 못하는 아빠. 자기 가솔 셋이 자기 동생들과 동생들 남편의 시중을 드는데도 말 한마디 안 하고 있는 아빠가 너무 미웠다. 고모들은 자기 자식들한테 심부름 하나 안 시키면서 엄마와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듯 무엇이든 요구하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할머니 또한 어른의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고모들과 똘똘 뭉쳐 엄마를 공격했을 뿐. 엄마를 옹호해 주지 않았다.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먹고,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면서도 어쩜 그렇게 뻔뻔할 수 있었을까.


그때 나는 내 앞에 달린 성씨들이 치가 떨리게 싫었다. 


지금도 고모들을 만날 때가 있으면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정말... 빨리 피하고만 싶어 진다. 이제 와서...


고모들은 엄마와 우리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었다. 그럼에도 미안하다는 말 보단 만날 때마다 빈정거림을 일관한다. 어떻게 이렇게 다르까. 작은아버지들은 하나같이 심성이 고운데... 분명 같은 혈육인데 어쩜 이럴 수 있을까 의문이다. 


가족이라고 해도 다 같은 가족은 아닌가 보다. 그러니 만나서 상처가 아물기보단 다시 더 아파질 것 같으면 나는 피하고 싶다. 굳이 대면하고 싶지 않다.


엄마는... 더하겠지..ㅠㅠ

엄마 생각이 난다. 우리 엄마 참 너무 힘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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