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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Mar 14. 2023

시어머니란 존재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장편소설

<p.24>

"어-엉, 복자가 뭐야. 복자는 싫어. 아버지, 다른 이름 불러요. 복자 싫어!"

동생의 이름은 영주가 되었다.
예쁜 이름을 가지게 된 후 동생은 급격하게 매력적인 존재가 되어갔다.

<p.28> 

영주는 금방 한 가지 새로운 재주를 배워 나를 기쁘게 했다. 할머니나 엄마나 다른 어른들이 영주를 안아줄 때 손바닥으로 등을 토닥여주는 것이 기분 좋았던지, 영주는 누군가가 자기를 안거나 업어주면 그 조그만 손으로 업어준 사람의 어깨나 팔을 토닥토닥 어루만졌다.
나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먹통이고, 엄마나 아버지도 가끔 벽창호 같아 보일 만큼 고지식한 사람들이고, 할머니로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에도 너무 바쁜 사람이어서 영주가 존재하기 이전에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 그리고 곧 그 신기한 행동에 걷잡을 수 없이 매료되었다.



영주는 태어나면서부터 존재터치를 안 것일까?

영주의 토닥토닥 토닥임을 받는 어른들은 마음들이 따뜻하게 녹아내릴 것 같다. 그 신비한 행동이, 생경한 느낌에 점점 매료되어 가족이 화목해지길... 영주가 환한 빛이 되어 할머니의 마음이 빛을 쏴주길 바라본다.


할머니만 좀...ㅠㅠ 할머니는 왜 그럴까?

시어머니들은 왜 그랬을까?


요즘이야 시대가 변해 안 그런다고 하지만 예전엔 정말 시집살이가 심했다. (안 그런 분도 분명 있지만) 이것도 하나의 유전자로 남아서 대물림된다는 말도 있는데 그래서 그럴까? 그럼 지금도 어딘가에 시집살이 심하게 시키는 시어머니가 있을까?


읽으면서 입이 딱딱 벌아진다.


생떼 부리는 할머니. 엄마의 버팀.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이르고, 아버지는 문제의 본질보단 아내의 예의 없음을 질책하는... 엄한 동구 엉덩이만 때리는 상황이 연출된다. 아이가 무슨 잘 못 일까.


영주, 영주의 존재가 이 가족에게 희망이 되길 간곡히 바라본다.

 


문득 나의 시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지? 물어본다.


우리 시어머니는 딸 셋을 낳고 막내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이 나의 신랑.

귀하지만 귀해서 더 귀하게 키우지 않았다는 어머니. 하지만 귀하게 사랑을 주셨다. 정말 어머님이 줄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었음을 결혼해서 몇 해 지내며 느꼈다. 가부장적이고 식구 버글버글 거리며 살던 우리 집과 분위기가 달랐다.


처음에는 대가족과 핵가족의 차이라고만 생각했다. 우리 부모님은 우리를 사랑하지만 어른들이 있어서 우리에게 마음껏 표현을 못한 거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성향 차이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식구 많은 집에서, 아픈 어른이 있는 집에서의 하루하루는 전쟁 같았을 것이다. 살기 위한 몸부림의 나날. 우리 엄마 입장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머니의 삶 또한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식들의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전해졌다. 감탄! 그 비결은 감탄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어머님은 감탄을 잘하신다. 오구오구! 이쁘다 이뻐! 고마워! 이런 표현들을 엄청 잘하신다. 미안한 건 미안하다고 표현하고, 자식들에게 크게 무엇을 바라지 않으신다. 


우리에게 하는 말씀은 "신경 쓰지 마라. 너희들만 잘 살면 된다. 애들 챙기기도 힘들 텐데 뭐 하러." 이런 말들을 달고 사신다. 그러다 작은 것 하나라도 챙겨 드리며 엄청 고맙다고 표현하신다. 만나면 포옹부터 하는 게 우리 어머니시다.


우리 신랑을 보면 보인다. 얼마나 존재에 대한 인정을 받고 커왔는지. 그래서 다행이다. 이런 신랑을 보면서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배운다. 우리 딸들에게도 감탄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표현하고 안아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지금은 사이좋은 보기 좋은 모습이다. 그러나 신혼 초에는 어머니도 다른 시어머니들과 별반 나에게 다르지 않았다. 탐탁지 않음이 써이었던 분. 어머니와 이렇게 괜찮아지기까지 우리에겐 십 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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