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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Mar 14. 2023

동생이 태어나던 날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장편소설 / 단상적기

동생은 성질이 급한 아기였다.

5살 터울 남동생이 태어나던 날. 새벽녘에 엄마는 파란색 트럭을 타고 읍내 산부인과를 갔다. 엄마가 차를 타고 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마당 한가운데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얼마쯤 울었을까? 울다 지쳐 잠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왜 울었을까? 동구처럼 엄마가 걱정되어서? 그런 것 같진 않다. 단지 나는 나의 안위를 걱정한 거 아닐까. 곧 동생에게 모든 시선이 다 갈 것이라 예상한 거 아닐까. 6살이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울음이 무색할 정도로 나는 동구처럼 동생을 참 예뻐했다. 

엄마는 오로지 침묵만이 살 길인 양, 말 못 하는 두부 덩어리인 것처럼 웃지도 울지도 않는 늘 하나뿐인 표정으로 7년을 살아왔다.

우리 엄마는 어떻게 견디었을까. 시집살이를.

병 수발들어야 하는 시아버지와 징징 거림과 이간질을 종종 하는 시어머니. 화가 나면 대화보단 술을 먹는 남편. 이들 사이에서 엄마 어떤 포지션을 취했던가. 우리 엄만 당당했다. 힘들었고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 엄마는 두부 덩어리로 있지 않았다. 이런 표현은 예의가 없지만 닭이 생각나다. 싸웠다. 시어머니에게 아닌 건 아니라고 남편에게도 아닌 건 아니라고. 큰 싸움으로 번질지언정 엄마는 가만히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 그 시절 그 땍땍 거림이 너무 싫었는데 지나고 보니 우리 엄마 참 자랑스럽다. 그래서 엄마는 우리를 지킬 수 있었고 더불어 가정 전체를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방문을 열어젖히자 비린내를 가득 머금은 온기가 얼굴에 확 끼쳐서 나도 모르게 구역질이 났다.

내가 아이를 났던 날.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땐 정신이 혼미해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 밖에 안 난다.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땐 밖에서 울고 있는 첫째 아이에게 온 신경이 다 가있어서 분말실의 공기 같은 건 생각하지도 못했다. 둘째를 본 기억도 없다. 진통이 오는 중에도 첫째가 내 소리를 듣고 놀랄까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삼층집의 아름다운 정원은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점만을 조심스럽게 모아둔 것 같은 그런 공간이이다.

가장 아름다운 점만 모아둔 곳. 그런 곳이 나에겐 어디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할 것 같다. 

나는 곧잘 엄마가 삼키고 사는 설움의 분출구가 되었다.

아빠의 분출구, 엄마의 분출구, 할머니가 분출구가 된 가장 약한 아이.

아... 너무나 아프다. 아이는 존재로써 사랑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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