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감정이 외로움일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다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저자 박준>
내가 느꼈던 외로움과 고독
외로움은 서른 후반쯤 덜어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다고 할까요?
그때도 혼자만의 시간을 책으로 달리긴 했지만 지금처럼 책을 가까이하진 않았어요. 회사와 가정에 올인해서 살았던 삶.
그리고 그 사이에 틈이 생겼을 때, 치열하게 나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어요. 그때 책을 펼치고,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읽고, 쓰다 보니 외로움이 사라지고 고독감이 스며들 왔어요. 그리고 지금은 외로움보단 고독감을 즐기는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려고 합니다. 시간 확보에 힘쓰기.
지금 이런 시간도 고독 속으로 들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아닐까요?
필사가 저에게 저를 끌어내주는, 나와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는 연결고리예요. 필사를 하다 보면 떠오르는 생각들이 나를 만나게 도와주면서 나와의 소통이 시작된 거죠.
그럼에도 가끔 외로움이 밀려옵니다. 특히 육아가 그래요. 육아라는 게 어디 가서 속시원히 말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내 얼굴에 침 뱉기 하는 것 같고 아이에 대해 흉을 보는 것 같아서요. 사실 남편에게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게니 나로 인해 아이를 보는 시선이 좋지 않아질까 봐 염려스럽거든요. 그럴 땐 맥주 한 캔~ 아니면 감사 일기장에 감정 일기를 써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 누구에게 먼저 인정받길 바라보기보다 스스로를 먼저 안아주려 노력합니다. 이런 시간이 외로움을 이겨내고 나를 돌보는 고독의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