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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Jul 21. 2023

엄마, 화내지 않고 말해줘서 고마워

딸이 엄마에게 쓴 편지

지지난주부터 아이가 잘 때, 몰래 핸드폰을 한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밤 10시에 아이가 잔다고 들어갔어요. 아이 방에 에어컨이 없어서 더울 텐데 선풍기를 틀어놓고 항상 문을 꼭꼭 닫고 자더라고요. 창문까지 다 닫고요. 지지난주에는 너무 더워서 11시쯤 아이 방에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어요.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 놓고 방 문을 열어 놓으려고요. 그런데 그때, 아이의 수상 쩍인 움직임! 아무래도 패드를 만지작 거린 것 같은 느낌이, 딱 드는거죠.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고, 그렇다고 자려는 아이를 잡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민아, 자기 전에 핸드폰이랑 패드는 거실에 두고 자자, 잘 자." 하고 안아주고 나왔어요.


그러나 그다음 날,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됐어요. 

그래도 또 참았죠. 

'내가 아이가 자러 가기 전에 미리 한 번 더 점검했어야 했는데!' 

아이한테, 내일은 꼭 거실에 핸드폰이랑 패드 밖에다 놓고 자자고 다독이고 나왔어요.


그다음부터는 미리 아이한테 핸드폰이랑 패드 거실에 놓고 자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빼놓고 자더라고요.


지난주 금요일 아이들이랑 기분 좋게 놀 때, 살짝 물어봤어요.

"00야, 솔직하게 말해죠. 엄마 몰래 잘 때 핸드폰 본 적 있다? 었다?"



아이의 대답.

"있다!"

둘이 엄청 웃었어요. 

"아~ 진짜! 너~~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유혹을 없애야 하니깐, 다음부턴 꼭 거실에 놓고 자자~"

하고 넘어갔어요.


오늘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학원 가기 전에 저에게 편지를 주고 갔어요.

"엄마, 나 학원 가면 열어봐. 꼭!"


아이가 학원에 가자마자 편지를 읽다가 눈물 줄줄...

'아... 내가 화를 안 내고 유혹거리를 없애 준 게 잘한 일이구나. 앞으로도 이렇게 차분히 해야지!'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엄마에게

안녕? 엄마? 나 민이야. 이 편지는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쓰게 되었어. 히히. 엄마는 나에게 매일 좋은 마음만 주고 싶은 거 알아. 그런데 우리는 그걸 잘 몰라서 예전에 슬펐었지? 이제는 그렇게 안 할게. 우리가 씻으라고 했을 때 안 씻고 딴짓만 하고 있고 그럴 때 속이 터지지? 그리고 요번에 내가 엄마, 아빠 몰래 핸드폰 봐서 화났지? 미안해. 그래도 엄마가 그걸 보고 화를 바로 내지 않고 차분하게 모른 척하고, 패드, 휴대폰 압수 했던 거 고마워. 엄마가 내가 그럴 줄 몰랐는데 내가 그런 행동을 해서 많이 실망했지? 정말 미안해. 대면으로 직접 당당하고 뻔뻔하게 말을 못 해서. 다시는 그런 일 하지 않을게. 지금도 이것을 쓰고 있지만 많이 후회스럽고 부끄러워. 하지만 지금부터 안 그러면 되니깐! 나 믿어 줄 거지? 안 믿어주어도 돼. 괜찮아. 내가 잘못했으니깐. 그리고 엄마! 사랑해.

이렇게 내가 엄마에게 실망스러운 행동을 하여도 엄마가 화내지 않고 그렇게 말한 것, 참기 힘들었을 텐데. 나에게 사랑을 주고, 진짜!! 고마워. 그리고 하늘에서 땅만큼 사랑해. 
엄마, 우리가 화내는 행동을 해도 화를 참는 거 힘든 일인, 참고 버텨줘서 정말 고마워!
엄마, 그래서 내가 전하고 싶은 마음은 고맙고, 사랑하고, 미안한 마음이야. 
엄마, 이거에 대한 답장을 짧게라도 써줬으면 바래.
사랑해~ 안녕.

2023년 7월 21일 금요일 


'그동안 육아에 진심을 쏟길 잘했다 잘했어. 앞으로 잘해보자' 해 봅니다.


사실 육아 넘 어려워요. 육아하다 보면 멘탈이라는 게 한 순간 무너지고요. 그래서 지속해서 육아와 관련된 배움을 해 나가 가요. 아이가 덕분에 제가 자라납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제 인생의 우선순위는 아이였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이것이 어느 날엔 억울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그 시간 잘 지내왔다, 정말 잘했다하며 스스로 어깨로 쓰다듬어주고 있어요.  


첫째가 20살이 되려면 7년, 둘째가 20살이 되려면 9년 남았아요. 이 시간 찐하게 잘 지내보렵니다.

쓰담홍,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자~^^

지금처럼!


아이에게 찐 사랑받은 날 기록에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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