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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Aug 11. 2023

최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1)

엄마가 된 후 일을 변천사

24살 첫 취업을 해서 결혼 후 30살까지 직장을 다녔다.

내가 마지막에 회사를 그만둘 때 연봉은 3천만 원 후반대였고,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이보다 좀 더 많은 금액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벌써 10년도 지난 이야기다.     


회사를 그만둔 계기기는 사수에 대한 배신감이 가장 컸다. 우선 나를 진급을 시켜주지 않았다. 그때는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려 노력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결혼한 여직원이라는 이유가 더 컸던 것 같다. 그리고 결혼 이후로 사수랑 사사건건 이상하게 감정이 부딪쳤다. 사수가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변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는 그게 아니었다. 그 감정싸움에 나는 이기지 못하고, 포기하고 회사를 나왔다. 아직도 나는 그때의 일에 대해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단순히 정말 내가 결혼해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그때 용기 내서 물어보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원망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 내가 나를 더 잘 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 입사해서 그분이 나의 첫 사수였고, 그 사수는 회사를 이직할 때 나를 데리고 이직을 했었다. 그런데 결혼했다고 갑자기 나를 홀대를 하기 시작했다는 건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나는 결혼하고 5개월 뒤 회사를 그만두었다. 신혼 생활을 나름 즐기고 있을 때, 전 직장 부장님께 연락이 왔다. 프리랜서로 합사에 합류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작은 돈이 아니었기에 좋아하고 출근했다. 직장에 소속되어 있을 때보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니 훨씬 신경이 덜 쓰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주 업무가 *턴키가 발주되면 합동사무실에 여러 분야 회사가 함께 모여 일하는 일이었다. 시공사의 진두지휘 아래 설계사, 공사관리, 조경, 지반조사 등등 업체들이 참여했다. 이렇게 모인 것까지는 좋지만 일이 순조롭진 않았다. 툭하면 설계가 변경되었고 변경된 사항들이 오후에 알려줄 때가 많았다. 그럼 우린 그것을 수정하기 위해 밤샘 작업을 많이 했다. 합사 막바지는 새벽에 퇴근해서 점심쯤 출근하는 생활이 되었다.    

 

3개월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얼마 뒤 프로젝트가 하나 더 들어와 합류할 예정이 있다. 그런데 몸이 수상했다. 산부인과에 갔더니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었다. 고민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을 해야 할까? 쉬어야 할까? 임신했다고 배려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합사 합류 시작과 함께 철야가 시작되니깐. 그리고 결혼하고 얼마 안 있어서 산부인과를 간 적이 있다. 임신일까,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설렘을 함께 안고! 그러나 임신은 임신이었지만 그 잠깐 사이에 아이는 소리 없이 떠나버렸다. 그리고 일 년 뒤 다시 찾아온 아이였다. 그 아이는 지키고 싶었다. 프로젝트 들어가기 일주일 전에 알게 된 소식. 그래서 나는 일을 포기하고 아이를 지키기로 했다.     


임신 안정기에 접어들자 이제 슬슬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임신 10주 차에 알바*에 들어가서 알바를 구했다. 나를 써주는 곳은 역시, 또 철야하는 곳이었다. 건축설계 편집 알바였다. 단기 알바라 6일 동안 밤늦게까지 일을 했고, 그 돈으로 백만 원 가까이 벌어서 드럼 세탁기를 구입했다. 또다시 알바를 찾기 위해 애를 썼지만, 마땅한 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친구의 회사에서 보고서 썰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두 달 동안 9시 출근, 6시 퇴근하는 곳으로 2달간 출근을 했다. 그리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예전 회사 외주업체 사장님에게 연락이 없다. 9시 출근, 6시 퇴근을 조건으로 출근할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다. 월급은 그전에 다니던 회사만큼 못 준다고 하셨다. 그건 조금 서운했지만 그래도 내가 구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알았기에 선뜻 출근 결심을 했다.     

 

 

*[턴키방식 : 시공업자가 건설공사에 대한 재원조달, 토지 구매, 설계와 시공, 운전 등의 모든 서비스를 발주자를 위하여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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