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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Nov 04. 2023

있는 돈으로 살기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p.10 노인은 깡마르고 여윈 데다 목덜미에는 주름이 깊게 잡혀 있었다. 열대 지방의 바다가 반사하는 햇볕 때문에 그의 두 뺨에는 양성 피부암의 갈색 반점들이 나 있었다. 이 반점들은 얼굴 양쪽 훨씬 아래까지 번져 있었다. 두 손에는 큰 고기를 잡으면서 밧줄을 다루다가 생긴 상처가 깊게 파여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새로 생긴 상처는 아니었다. 고기가 살지 않는 사막의 침식 지대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지낸 상처들이었다.

내 몸에 오래된 상처는 어떤 게 있지?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별로 하지 않았다.
마흔이 넘은 나의 손은 아직도 부들부들. 순하기 그지없다.

p.11 "그런데 아버지한테는 그다지 신념이라는 게 없어요."
"그래, 그건 그렇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신념이 있지. 안 그러냐?"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육아, 삶에 대한 신념은 무엇일까?

p.13 "그런 일이 정말로 생각나는 거냐? 아니면 내가 너에게 말해준 거냐?"
나의 어릴 적 기억은 어떻게 형성된 걸까?

정말 내 기억일까? 어른들의 말로 재형성된 걸까?

p.13 "고맙구나." 노인이 말했다. 그는 너무 단순한 사람이어서 자신이 언제 겸손함을 배웠는지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겸손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것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참다운 자부심이 덜해지는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혜로운 노인. 나도 이렇게 나이를 먹고 싶다.

p.19 "아마 나도 빌릴 순 있을 거야. 하지만 난 될 수 있으면 돈을 빌리지 않고 싶구나. 처음엔 돈을 빌리지. 그러다 나중엔 구걸하게 되는 법이거든."

있는 돈으로 잘 살아가자!
돈을 빌렸던 시절은?
돈을 빌렸던 시절이 떠올랐다. 실수.
한 번이 무섭지 두 번 세 번은 쉽게 했던, 그러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겁을 먹었던 나날들이 있었다. 사람은 이렇게 실수를 하고 산다.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이라는 과정 또한 하지 말자. 돈을 빌려서 쓰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그 안에서 또 배운 게 있는 것도 사실이니깐.

같은 실수 두 번은 안하면 된다.

p.21 어디서 손을 씻었다는 걸까? 하고 소년은 생각했다. 이 마을에서 물을 공급해 주는 곳은 아래쪽으로 두 블록 내려가야만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물을 길어다 줘야 했는데 그랬구나, 하고 소년은 생각했다. 비누와 수건도 가져와야 했는데 말이야. 나는 왜 이다지도 생각이 모자랄까? 할아버지에게 셔츠도 한 장 더 준비해 드려야 하고, 겨울 재킷과 신발, 그리고 담요도 한 장 더 갖다 드려야 되겠는걸.

소년의 따뜻한 마음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나는 부모님께 이렇게 살뜰한 마음을 가지고 있나. 부모도 아닌 노인에게 살뜰한 다정함을 보이는 소년을 보면서 나는 부모님께 바라고만 있는 것 같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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