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든 생각, 나는 내 직장의 불안정함이 더 걱정되었다.
남편은 회사 부사장과 상담 후, 전화를 했다.
남편 : "회사 그만둬야 할 것 같아."
나 : "응. 그렇게 해."
남편 : "너무 걱정은 하지 마."
나 : "걱정 안 해. 우리에겐 차곡차곡 쌓아 놓은 퇴직금이 있잖아."
남편 : "다닐 때 알아놓고 그만둬도 그만둘 거야."
나 : "응. 나는 당신 걱정 안 해. 그동안 일한 경력이 있잖아. 나는 내가 걱정될 뿐이야. 나는 지금 다니는데 그만두면 받아줄 때가 없을 것 같아. 나이도 걸리고."
남편 : "그래, 그럴 수 있네."
나 : "응. 어린이집도 알아보고 있는데 자리가 안나 와. 지금 하는 일 쪽에서 나를 받아 줄까?"
남편 : "글쎄."
나 : "암튼, 조심해서 와."
오늘 남편과 나눈 대화이다. 남편이 그동안 이직 이야기를 했던 터라 그러라고 했다. 사실 정말 남편의 이직은 하나도 걱정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놓은 퇴직금과 그동안 일하면서 함께 쌓인 실력도 있으니깐. 나는 내가 걱정된다. 나이 마흔 넘은 경단녀가 새로운 곳에 취직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회사를 그만둔다고 생각했을 때 대안을 생각해 본다. 첫 번째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으니깐 보육교사로 일을 한다. (보조교사로 일을 하려고 집 주변으로 어린이집을 찾아봤지만, 선생님을 구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두 번째 토양 환경 기사와 캐드 자격증을 따서 지금 하는 일과 관련된 분야에 이력서를 넣는다. (자격증이 한 번에 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소 2년의 시간을 잡아본다.) 세 번째 지금 상태로 지금 하는 분야로 이력서를 넣어본다. (나이가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띄엄띄엄 쌓인 경력을 믿어본다.) 네 번째 돌봄 교실 확충한 다는 뉴스를 접했다. 보육교사 자격증과 방과 후 교사 자격증이 있으니 돌봄 선생님 쪽으로 알아본다. (사람 많은 곳이 힘들긴 하지만 아이들은 예쁘니깐) 다섯 번째 독서토론 과정을 이수하고 독서토론 수업을 해나간다. (독서토론 입문과정 3월부터 시작 예정이다.) 여섯 번째 책방을 차려서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한다.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임대료와 수요 등)
이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부분은 세 번째인 지금 다니는 회사와 비슷한 곳에 이력서를 내는 것이다. 차선은 토양 환경 기사 자격증과 캐드 자격증을 따는 것이다. 그럼 지속해서 일할 수 있겠냐는 살짝 의문이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 일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보다 제일 중요한 건 내 마음이다. '이걸 하고 싶은가?' 하는 부분이다. 지금 하는 일이 익숙하게 잘해 나갈 수 있는 일이고, 시간 대비 수입이 그나마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심장이 뛰진 않는다. 가슴이 뛰는 일은 제일 마지막에 적은 책방을 차려서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하지만'이 자꾸 붙는다. 작년 초 책 쓰기 강의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강사님에게 내 꿈을 이야기했더니 현실을 알려주셨다. 마이너스가 나도 괜찮으면 하라고 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일이다. 당연히 마이너스가 안 나게 운영한다는 가정하에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독서토론 입문 과정부터 들어가려고 준비 중이고 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있다. 책을 아직 낼 생각은 아니지만 글을 쓰다 보면 내가 한 분야에 전문적으로 글을 쓸 준비가 되지 않을지 하는 막연한 마음을 안고 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서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시점에서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그럼 당장은 지금 회사를 잘 다니면서 돈을 조금씩이라도 모아놔야 한다. 그리고 지금 하는 일에서도 언제 잘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다니기보다 조금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맨날 불만을 품고 투덜거리기보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장하는 단계로 나가는 것이다. 그럼 책방을 차린 후에도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내가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나이는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닐 수도 있다.
가끔은 나는 나도 모르게 편협한 생각에 묶여 스스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대안을 찾아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덮어놓고 '안돼'를 외치는 경우가 있다. 어쩔 수 없는 건 없다. 그러니깐 좋은 방향으로 연결해서 생각해 보자. 꼭 한 가지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전공도 잘 살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면 되는 일이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에, 나는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을 품으면서 글을 써 보았다.
방법을 모색했으니 움직이자.
독서토론 과정도 잘 밟아 나가고, 글쓰기도 꾸준히 하고, 전공 분야 공부하면서 자격증 과정도 밟아 나가자. 그러나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거 잊지 말자! 천천히 가도 되니 무리하지 말자. 건강 지켜나가면서 쉼을 찾으며 가족과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살아가자고 다독여 본다.
김종원 작가님의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책에 있는 내용이 떠오른다.
하루를 온전히 살면 모든 과정이 귀해진다.
"자신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사람은 완벽한 과정을 통해 어떤 꿈도 이루어낼 수 있다."
"세상을 바꿀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는 조건은 하루하루에 집중하라는 말이지, 그저 꿈만 생각하며 하루를 소모하라는 말이 아니다. 당신의 하루를 완전히 살아내라. 그럼 수많은 과정이 모두 당신이 꿈을 이루어낼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매일을 온전히 잘 살아내 보자.